안경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지난 1월 28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화학소재 산업의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열린 고분자나노융합소재가공기술센터(CNSPPT)의 동계워크숍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플라스틱 산업체 임직원, 학계 인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CNSPPT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안 교수는 “한국의 플라스틱 소재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며 “일본·독일은 한참 앞서 있는데 중국은 거의 다 쫓아왔고 많은 부분에선 이미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켐차이나가 1월초 독일의 세계적인 화학공정설비회사 크라우스마파이를 인수한 사건은 대표적인 예”라고도 덧붙였다.
안 교수는 “과거 하드웨어 위주로 선진국을 추격할 땐 공정기술이 별로 중요치 않았으나 글로벌 경쟁단계에 진입하면서부턴 공정과 가공기술 등 ‘SW’가 중요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엔 가공분야에도 좋은 인력 유입됐지만 지금은 다들 나노·바이오로 빠졌다”며 “교수들도 생존을 위해 나노·바이오 연구에 집중하다보니 가공분야 전문가가 실종되는 사태가 발 暉杉?rdquo;고 지적했다. 대학의 실험실에서 연구가 없다보니 석·박사 배출이 안 되고, 이는 다시 산업계에 전문 인력 공급이 끊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학생 감소와 연구비 부족에 허덕이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고급인력이 배출되고 있는 현실도 거론됐다. 안 교수는 “중국 쓰촨대학에 설립된 고분자 국가 실험실에는 일년에 대학원생만 80명씩 입학하고 연구비는 한국 관련분야 전체 연구비의 10배가 넘는다”며 “각 대학의 연구실이 점차 사라져가는 한국과 대비되는 풍경”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한국은 뒤늦게나마 2012년 전국 대부분의 교수(30여명)가 참여하는 CNSPPT를 발족시켰다”며 “이제라도 기업과 대학, 정부가 협력하는 연구 생태계를 조성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크숍에서는 독일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Industry(제조업)4.0’ 혁명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이병옥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2014년 12월 독일의 한 ‘CPPS(Cyber Physical Production System)’ 포럼에 참가했을 때 ‘Industry 4.0’은 단 하나의 세션에 불과했다”면서 “그러나 작년 9월 같은 주제의 포럼에선 거의 모든 세션이, 올해 2월에 열릴 포럼은 처음부터 끝까지 ‘Industry 4.0’으로 채워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Industry 4.0’의 진행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이에 걸맞는 고급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산업계를 대표해 연단에 나선 이관섭 한국이엠 대표는 ‘한국 플라스틱 기계 산업의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낙후된 한국 플라스틱 산업의 발전 방안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플라스틱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기업의 대형화”라며 “중소기업 위주의 생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업체들의 판로 확보를 위해선 종합상사나 수출 대기업과 동반한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이밖에 임교빈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신산업MD는 ‘미래성장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가R&D전략’을, 강충석 코오롱인더스트리 중앙연구소 부원장은 ‘산학협력 성공 사례와 한계’를 발표했다.
지난 2012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서울대에 설립한 ‘고분자나노융합소재가공기술센터(CNSPPT)’는 그동안 산업체 기술 및 장비 지원, 기술 강좌, 해외 최신기술동향 소개 등 사업을 벌여왔다. 사출/압출/코팅 분야의 기술강좌를 통해 600명 이상의 산업체 엔지니어를 교육했으며, 기업 기술지원으로 190억원 이상의 매출 증대 및 생산성 향상 효과 실적을 거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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