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도는 설 경기] 뜻밖의 설 특수…"138만원 한우, 200만원 굴비세트 다 팔려"

입력 2016-02-02 19:09  

소비 살릴 '불쏘시개' 되나

백화점·대형마트 설 선물 매출 두자릿수 증가
"소비심리 회복, 1분기까지 지켜봐야" 신중론도



[ 정인설/강진규/이수빈 기자 ]
2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한우와 굴비를 판매하는 매장엔 설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50만원이 넘는 고가 상품이 가장 인기였다. 138만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는 준비한 물량의 90% 이상 팔렸다. 신세계백화점에선 100만원짜리 한우가 300개가량 팔렸고 120만원대 명품 한우가 열흘도 안돼 준비한 물량인 100개가 모두 나갔다. 200만원 상당의 참굴비 세트도 100개 한정물량 중 90% 가까이 판매됐다. 모두 작년 대비 2배 이상 많은 양이다.

사창환 신세계백화점 영업1팀장은 “한우와 굴비 가격이 지난해보다 올라 선물 세트 가격이 올랐지만 고급 선물을 선호하는 수요가 많아 100만원 이상 고가 선물은 대부분 품절됐다”고 말했다.

◆고가 선물과 의류 매출 늘어

설 연휴를 앞두고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다. 대규모 할인행사가 줄을 이었던 작년 하반기에 이미 지출을 많이 해 연초엔 씀씀이를 줄이는 이른바 ‘소비 절벽’이 아직까지는 우려로 그치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주요 백화점의 설 선물 매출은 크게 늘었고 몇 년째 뒷걸음질을 쳤던 대형마트 매출도 증가세다.

올해 설(2월8일)과 작년 설(2월19일)을 각각 3주 앞둔 시점부터 1주일 전까지 총 2주간의 매출을 비교하면 설 특수를 뚜렷이 느낄 수 있다. 이 기간 중 롯데백화점의 설 선물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18.5%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설 선물 매출도 각각 17.4%, 8.5% 증가했다. 명절 선물 인기 순위 1위인 백화점 상품권 판매도 지난해보다 20~30% 이상 늘었다.

유통업계에선 실속형 선물뿐 아니라 고급 선물이 잘 팔렸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윤상경 현대백화점 식품팀장은 “경기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소비층을 중심으로 고급 선물세트 판매량이 늘고 있다”며 “100만원이 넘는 상품은 항상 구매하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0만원짜리 명품한우를 100개가량 팔아 올해엔 120개를 준비해 1주일 만에 모두 팔았다. 반응이 좋자 지난달 30일 30개를 추가로 내놨다.

추위도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자 설빔으로 겨울 옷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 의류가 많이 팔려나갔다는 설명이다. 작년과 올해 설 연휴 전에 신세계백화점에서 팔린 품목별 매출을 보면 패션이 38.6%로 1위였다.

◆호텔 예약률도 상승

해외여행 수요도 늘고 있다. 정기윤 하나투?홍보팀장은 “11일과 12일에 휴가를 내면 9일간 쉴 수 있어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여행 예약자가 급증했다”며 “올해에 해외여행객이 작년 연휴에 비해 한 자릿수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특급 호텔을 찾는 이용자도 증가 추세다. 해외여행 대신 가족과 함께 국내 호텔에서 연휴를 즐기기 위해서다. 서울 더플라자호텔의 설 연휴 예약자 수는 지난해보다 25% 늘었다. 연휴 기간에 웨스틴조선호텔 숙박권을 산 한국인 수도 작년 연휴에 비해 30%가량 증가했다.

택배 물량도 늘었다. 국내 1위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은 올해 설 특별 배송기간(1월25~2월12일) 물동량이 전년보다 2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초에 소비가 늘어난 게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보다 설이 이르고 연휴 때 쉬기 위해 선물을 일찍 구매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송현민 롯데백화점 수석바이어는 “설 선물을 미리 사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업계에서도 선물세트의 예약판매 기간을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며 “1월 소비뿐 아니라 1분기 전체 소비를 함께 봐야 소비심리가 전체적으로 개선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강진규/이수빈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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