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에 재정난 가중
[ 임근호 기자 ] 저유가로 재정난에 빠진 러시아가 7개 대형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대상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다이아몬드 광산업체 알로사,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바스네프트, 러시아철도공사, VTB은행, 조선업체 소프콜플로트 등이다.
7개 국영기업 사장들은 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과 경제팀이 올해 민영화 계획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러시아 정부가 지난 수년간 소형 국영기업 지분을 매각해왔지만 푸틴이 2012년 대통령에 복귀한 이후 민영화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민영화 과정에서 비리가 속출하고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등의 폐단이 러시아인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유가에 따른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민영화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3.7%로 추정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도 -1.0%로 전망했다.
올레그 쿠즈민 르네상스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엔 경제 구조조정과 효율화가 주된 동기였지만 지금은 저유가에 따른 현금 고갈이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균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에 머물 경우 올해 재정적자 목표인 국내총생산(GDP)의 3%를 맞추려면 러시아 정부가 추가로 5000억~1조루블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내각은 지난해 11월 초의 국제 유가 평균인 배럴당 50달러를 근거로 3%의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최근 예산을 수정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민영화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국가가 전략적 기업에 대한 통제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헐값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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