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예상 깨고 법정 출석…여동생 "오빠, 치매로 판단력 흐려", 신격호 "50대 때처럼 건강"

입력 2016-02-03 17:51  

성년후견 개시 첫 심리…치매여부 쟁점 부상

동생 "치매치료기록 법정 제출"
신 회장 "신체감정 받아 건강 입증"

결과따라 경영권 분수령 될 듯
확정판결까진 6개월 걸려



[ 김인선 / 이수빈 / 고윤상 기자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이 3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참석했다. 변호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하겠다는 당초 방침과 달리 직접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설명해 정신 이상설을 불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성년후견은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에게 법원이 의사를 대신 결정할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이날 오후 4시께 서울가정법원 지하주차장에 나타난 신 총괄회장이 차에서 내리자 수행원 두 명이 “걸어가시겠느냐”고 물었다. 신 총괄회장은 기자들을 의식한 듯 “걸어가겠다”며 수행원 부축을 받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하지만 법정이 있는 5층에선 휠체어로 이동했고 법정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부터 다녀왔다. 작년 11월 전립선비대염으로 입원한 뒤 부쩍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비스킷”이라고 말하자 한 수행원이 차에서 비스킷을 가져왔고 신 회장은 비스킷을 먹은 뒤 법정으로 들어갔다. “건강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가사 20단독 김성우 판사의 비공개 심리로 진행된 첫 심문기일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치매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성년후견을 청구한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 씨(78) 측 이현곤 새올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정에서 “치매를 앓고 있어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며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지 말고 명예를 지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 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 총괄회장은 이날 법정에서도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며 “병원 치매 치료 기록이 재판부에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 총괄회장은 “이상이 없는데 이렇게 불러내 불쾌하다”며 “50대 때나 지금이나 건강에 차이가 없다”고 진술했다. 법률 대리인 김수창 변호사는 “신체감정도 공식적인 병원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다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정신감정에 양측 모두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며 “다음달 9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다음 심문기일에서 감정 방법, 시기, 기관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을 지정하면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굳힐 수 있다. 후견인이 지정될 경우 누가 되느냐도 경영권 분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법원 관계자는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는 뼈括?건강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며 “의사의 감정서를 바탕으로 법원에서 당사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판결까지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김인선/이수빈/고윤상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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