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 중소기업인 피눈물 나게 하는 일 안타까워"
[ 장진모 기자 ] “저희는 금형을 이용해서 작업하는데 3D 업종이라는 인식 탓인지 어쩔 수 없이 외국인 인력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파견법 개정안 국회 처리가 미뤄져 발주가 많은데 일손이 모자라 어려움이 큽니다. 법이 통과돼 저희 회사에서 좀 더….”(노을아 코사플러스 과장)
“이런 딱한 사정을 빨리 풀어드려야 하는데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꼭 이 법이 통과되도록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박근혜 대통령)
3일 경기 안산시의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에서 박 대통령과 중소기업 대표 및 근로자 간 대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당초 15분간 예정된 간담회는 현장의 애타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30분가량 이어졌다. 박 대통령의 산단 방문은 최근 수출이 급감하는 등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허리인 중소·수출기업의 현장을 찾아 이들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것으로, 설 연휴를 앞둔 민생 행보였다.
배명직 기양금속 대표 등 참석자들이 인력난을 거듭 호소하자 박 대통령은 “55세 이상 중년층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런 분들이 뿌리산업(금형·주조 등)에 와서 일할 수 있도록 19대 국회가 마무리되기 전에 꼭 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뿌리산업은 2만700개가 있고 48만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인력난이 심각하다. 55세 이상 근로자 비율이 57%”라고 했다. 노동개혁 4법 가운데 하나인 파견법 개정안은 파견 허용 범위를 전문직뿐만 아니라 뿌리산업 등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국회에 계류돼 있다.
창업한 지 54년 된 상도전기의 이시영 대표는 “대를 이은 2세 경영자들이 정말 눈물겨울 정도로 일하고 있다”며 “해외로 나가면 중국과 독일에 치이고 해서 밤잠을 안 자고 기술혁신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을 명문 장수기업, ‘히든 챔피언’으로 육성하기 위한 중소기업진흥법이 2년간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며 “중소기업 여러분이 애국자인데 이렇게 피눈물 나게 하는 게 맞는 일이냐.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독일은 100년이 넘은 기업이 많다. 그래서 히든 챔피언이 나온다”며 “우리는 10개도 안 된다. 그래서 우리도 장수기업을 육성하자는 법인데 이게 통과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담회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소속 함진규(경기 시흥갑)·김명연(안산 단원갑) 국회의원에게 “여기 와서 본 것을 열심히 전달하고 피를 토하면서 (국회에서) 연설하세요. 수출에도 기여하고 애국하는 분들을 이렇게 피눈물 나게 해서 되느냐. 열변을 토해서 19대 국회 끝나기 전에 통과시키세요. 아주 심각한 문제예요”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 후 자동차부품 업체 지이엔을 찾았다. 이 회사 직원 박준영 씨가 “밤늦게 퇴근할 때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노동법 개정안에 그게 들어 있다. 법안이 처리되면 출퇴근시에도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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