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영업도 과학"…빅데이터 활용하는 은행들

입력 2016-02-03 18:36  

CRM 업그레이드 집중

KEB하나은행, 지역별 고객성향 등 파악
신한은행, 심리학기법 도입해 맞춤형 영업



[ 박한신 기자 ] 한 시중은행 수도권 지점의 A과장은 지난달 초 본점에서 내려온 적금계좌 유치 할당목표를 채울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기존 고객에게 계좌 가입을 권유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A과장은 지인들에게 ‘계좌당 10만원이라도 넣어달라’고 읍소해 지난달 말 가까스로 할당량을 채웠다.

주요 은행들이 새로운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할당량을 주고 ‘알아서 채우라’는 식으로 관리하던 기존 영업방식 대신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짜임새 있게 고객관리를 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본점에 CRM 개선 전담팀을 신설해 새로운 영업관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오는 4월 전국 영업지점에 적용할 예정인 새 CRM은 공급자 시각의 기존 CRM과 차별화한 고객 관리 프로그램이다. 기존 CRM은 고객 연락처나 거래 실적, 교차 거래 여부 등 정량적 데이터를 근거로 영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금 거래만 하는 고객에게 연락해 무작정 카드를 만들 것을 권유하는 식이었다.

이와 달리 새 CRM은 빅데이터로 고객들의 성향을 꼼꼼히 파악한 뒤 맞춤형 영업을 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활자보다는 이미지를 더 잘 이해하는 고객층을 분류한 뒤 텍스트 대신 이미지로 상품을 설명하는 식이다.

KEB하나은행도 지난해 말 고객관리지원부를 신설해 CRM 개선에 나섰다. 지금까지 본점에서 할당량을 주고 고객 관리는 지점에서 알아서 했는데, 앞으로는 본점에서 특정 고객의 성향과 지역별 특성 등을 빅데이터로 파악하고 지점에 영업지침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KB 기업 CRM’ 재구축 프로젝트를 이달 초 시작했다. 거래기업의 필요자금을 조회해 대출 실적과 비교한 후 자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대출영업에 나서는 시스템이다. 우리은행도 ‘생애가치모형’이란 새 고객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올해 말 영업점에 적용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CRM 개선에 나선 것은 다른 산업이나 외국 은행에 비해 영업방식이 후진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본점에서 할당량을 주면 지점에선 고객에게 무작정 상품을 팔거나 지인을 대상으로 영업했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수익성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영업방식은 지점 직원의 친화력에 따라 영업실적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정교한 마케팅 기법을 확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B은행 부행장은 “기존 영업관행과는 다른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영업 현장의 반발이 나올 수도 있지만, 지금 CRM을 바꾸지 않으면 은행 영업은 후진적인 상태?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고객관계관리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 욕구와 성향을 충족시켜 기업 목표를 달성하는 마케팅 기법. 세분화된 데이터를 앞세워 정성적(定性的) 고객관리로 진화하는 중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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