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은행에 투자 일임업 허용은 금융업 근본 흔드는 일"

입력 2016-02-04 18:13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에 정면 반박


[ 송형석 기자 ] ‘만능 절세 계좌’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한 달 앞두고 은행과 금융투자업계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사진)이 “은행도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주장에 대해 “한국 금융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황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은 투자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아니고 자산운용 전문가도 별로 없다”며 “일임형 상품에 욕심을 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지난달 27일 은행연합회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 신탁형 ISA만 허용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금융당국에 관련 법규정의 개정을 요구했다.

은행과 금융투자업계가 일임업 허용을 두고 다투는 배경엔 다음달부터 도입되는 ISA가 있다. ISA는 신탁형과 일임형으로 나뉜다. 가입자가 일일이 편입 상품을 지정하는 상품이 신탁형, 금융회사가 임의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는 상품이 일임형이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따르면 증권사는 신탁형과 일임형을 모두 취급할 수 있지만 은행에서 팔 수 있는 상품은 신탁형뿐이다. 신탁형은 불특정 다수에게 똑같은 형태로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투자업 규정상 광고와 홍보 활동을 할 수 없다. 은행의 업무가 판매 대행으로 국한되는 만큼 일임형만큼 비싼 수수료를 받기 어렵다. 자사 예금을 ISA에 넣는 것도 규정 위반이다.

다만 황 회장도 은행의 광고와 홍보 활동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그는 “증권사 대표들의 의견은 엇갈리지만 개인적으로는 광고 활동까지 막는 것은 너무한다고 본다”며 “은행이 자사 예금 상품을 ISA에 편입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도 허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불거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과 관련해서는 은행의 판매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국민은 은행을 원금을 보장하는 안전한 금융회사로 여긴다”며 “은행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ELS를, 증권사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이율이 높은 상품을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모 펀드에도 사모펀드와 같은 성과형 보수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 예금,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한꺼번에 넣고 일정 기간 보유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계좌.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3년간 계좌를 유지하면 250만원 한도에서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을 면제해 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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