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전 산은회장, 이임 소감 들어 보니 "부실 청산 과정에서 좋은 소리 못 듣는다"

입력 2016-02-09 10:22   수정 2016-02-09 23:29

중국 주도로 창설된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선임된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은행 부실을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이임 소감을 밝혔다.

이달 4일 이임식을 치른 홍 전 회장은 산업은행의 부실과 관련해 자신에게 쏟아졌던 일각의 비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부실 청산 과정에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며 "청소하러 온 사람에게 먼지가 난다고 뭐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 "신규 자금을 원하는 곳은 많지만 정책금융기관은 돈을 그냥 주는 곳이 아니기에 나름대로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했다" 며 "그 과정에서 어려워진 곳에서 비판이 나왔지만 그런 것까지 고려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전 회장은 팬오션의 정상화, 대우증권 매각 등 재임 기간에 이룬 성과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팬오션은 산업은행에서 끌어안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지만 시장원리에 맞게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처리했다" 며 "그 결과 매출규모는 줄었지만 회생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대우증권의 매각은 십 수 년 만에 이뤘으며, 쌍용양회의 매각도 힘들었지만 강하게 추진해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AIIB 부총재 선임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아시아인의 복지 향상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AIIB가 출범하면서 국력에 맞는 자리를 찾으려고 정부가 노력을 많이 했다"며 이번 선임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AIIB에 미국과 일본이 들어오면서 앞으로 지분의 변화가 생긴다면 부총재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남겼다.

홍 전 회장은 경기고와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있다가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거쳐 2013년 산업은행 회장을 맡았다.

앞으로 그는 AIIB에서 투자와 재무 위험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총괄하는 리스크 담당 부총재 (CRO)로 일하게 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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