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여의도~홍대 코스로"…두산 "동대문 첫 일정으로"
가이드 수수료 2배 오르자 "차라리 여행사 인수" 의견도
[ 정인설 기자 ] 작년 12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문을 연 한화 갤러리아면세점63 판촉담당 김모씨는 아침마다 회사 대신 여행사로 출근하고 있다.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오려면 여행 일정에 어떻게든 여의도를 집어넣어야 해서다. 김씨는 “중국 여행사가 모집한 관광객의 투어 일정을 짜는 국내 여행사들의 손에 면세점 매출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우리 면세점 넣어 달라” 읍소
면세점 시장에 여행사들이 ‘왕갑(王甲)’으로 부상했다. “제발 방문 일정에 우리 매장을 넣어 달라”는 면세점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오는 15일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이 개점하고 5월에 두산과 신세계 면세점이 영업을 시작하면 서울 시내면세점이 6개에서 9개로 늘어나 여행사의 입김은 더 세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면세점이 여행사 가이드에게 주는 수수료율이 매출의 10% 肉【?20%대로 올랐다.
HDC신라와 갤러리아, 두산 등 시내면세점 사업에 새로 진출한 업체들이 여행사에 후한 수수료를 쳐주고 있다. 면세점 매장이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탓에 기존 중국인 단체관광 코스에서 빠져 있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여의도와 홍대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63빌딩에서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국회의사당이나 선유도공원에 들렀다가 젊음의 거리 홍대로 가는 일정의 장점을 부각하는 전략이다. 지난달 24일 영업을 시작한 HDC신라면세점은 용산역이 코앞인 점을 활용해 전주 춘천 등을 연계한 새 상품을 직접 기획해 여행사에 제안했다. 한강유람선을 운영하는 이랜드와 독점계약을 맺는 상품도 검토 중이다.
5월에 영업을 시작하는 두산타워면세점은 여행사에 “명동보다 동대문에 먼저 와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 명동에 개점하는 신세계면세점은 국내 최대 면세점인 인근 롯데 소공점 대신 자신들의 매장을 방문해줄 것을 읍소하고 있다.
◆“차라리 여행사 차리자” 움직임도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국내 여행사는 줄잡아 200여개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같은 선두권 업체들이 여행상품을 짜면 대부분 따라가는 게 업계의 특성이다. 면세점 판촉담당자들이 대형 여행사 상품기획팀장을 장시간 만나 설명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여행사 직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번 설 명절에 고가 선물 공세를 펼친 곳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면세점들은 대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여행사에 휘둘릴 바에 차라리 여행사를 세우고 단체관광객 대신 개인 자유여행자 모집에 집중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중국인 자유여행객 유치를 위해 1분기 중 중국에 사무소를 열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유여행객을 모집한다지만 아무래도 단체관광객이 키를 쥐고 있다”며 “일부 면세점은 아예 여행사를 차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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