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증시 다음주 개장하면 2차 충격파 우려"
"글로벌 공조 본격화 땐 한국 가장 빨리 반등"
[ 김동욱 / 안상미 / 김익환 기자 ] 미국 경기둔화, 유럽 은행의 부실화 가능성, 일본 주식시장 급락, 남북한 간 긴장 고조 등 설 연휴 기간에 불거진 4대 악재가 한국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11일 사흘간의 설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주식시장은 3년9개월 만에 코스피지수가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마감했다. 이날 개장한 홍콩 증시도 급락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한국 시장도 쉽사리 ‘탈출구’를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적된 충격, ‘단발’일까
이날 주요 상장사들은 업황과 실적, 업종을 가리지 않고 ‘소용돌이’에 휩쓸리듯 동반 급락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86.57%인 767개 종목이 하락했고 5% 넘게 떨어진 종목만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4분의 1(24.49%)인 217개에 달했다. 삼성전자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16위 종목이 모두 떨어졌다.
코스피지수가 올 1월21일(1840.53) 이후 최저치인 1860선까지 밀리면서 대내외 충격의 ‘지지선’이 어디에서 구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코스피지수 1850선에서 ‘1차 방어선’이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앞으로 글로벌 정책 공조가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를 감안하면 지수 1850선에서 ‘바닥’을 다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불안에 관한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본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선이 뚫렸을 경우 통상 PBR 0.9배 선에서 ‘방어선’이 구축됐던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코스피지수 1850선에서 공방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유가증권 상장사의 PBR은 0.94배 수준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춘제(설) 연휴’ 기간 휴장했던 중국 상하이 주식시장이 다음주 개장하면 해외 ‘충격파’가 본격적으로 밀려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과 유럽 은행 리스크, 북한 변수, 실적 부진 등 변동성을 키울 요인들이 첩첩이 쌓여있는 점도 지수 1850선의 ‘방어선’을 자신할 수 없는 이유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 증시가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도 본격적인 하락장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코스피지수 1800선도 안전하다고 확언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진 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박현준 한국투신운용 코어운용부문장은 “한국 증시는 미국 일본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한 편”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이 사실상 어려워졌고 글로벌 악재가 진정세를 보이면 한국 주식시장이 가장 빨리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계 자금, 얼마나 빠져나갈까
한국 증시에 영향력이 큰 외국인 자금 동향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외국인은 설 연휴 전인 2월 첫째주(1~5일)에 유가증권시장에서 115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주간 단위로는 지난해 11월 첫째주 이후 석 달 만에 매도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1755억원 순매도)과 코스닥시장(1150억원 순매도)을 가리지 않고 대거 순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이치뱅크 주가가 폭락하는 등 유럽 은행 위기가 부각되면서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으로 분석된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계 자금은 재정위기 등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며 “외국인 수급여건이 재차 악화될 수 있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동욱/안상미/김익환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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