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이 넘는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한 ‘중력파(重力波)’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금세기 최고 실험으로 평가되는 이번 연구는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11일자에 실렸다. 세계 14개국 1006명의 과학자와 함께 서울대 부산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 한국인 과학자 14명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중력파 연구에 관심이 있는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12일 오전 서울 명동 이비스앰배서더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의 이모저모를 소개했다.
인류가 최초로 포착한 중력파는 지난해 9월14일 오전 5시51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와 루이지애나주에 각각 있는 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LIGO)에서 발견했다. LIGO 연구단 측은 검증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치라고 연구원들에게 요구했다. 협력단을 이끄는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한국 과학자들도 검출 당일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공식 검출 사실을 발표할 때까지 비밀을 유지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전했다.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 맑?선임연구원은 자신의 생일날 중력파 검출 소식을 들었다. 오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9월14일 오후 8시 미국 LIGO 연구단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건!(Very Interesting Event!)’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는데 중력파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며 “메일을 받은 뒤 처음에는 잘못된 신호를 잡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수많은 분석과 검증으로 중력파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중력파에 관심이 있는 한국 과학자 30여명은 2003년 처음 협력단을 구성하고 2009년 9월부터 LIGO와 함께 협력연구를 진행해왔다. 2011년부터 3년간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지난해 예산이 끊기면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4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김영빈 부산대 연구원(박사과정생)은 “연구를 시작할 때 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중력파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한국 과학자들은 비록 연구를 늦게 시작했지만 향후 연구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김정리 연세대 천문대 박사는 “중력파 발견으로 천체 현상을 더욱 정밀하고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다중 신호 천문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하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면 LIGO에서 중력파를,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는 데 기여한 장치인 일본 슈퍼 가미오칸데로 중성미자를, 광학망원경과 전파망원경으로 초신성을 동시에 관측해 우주 현상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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