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R서 60타 한국인 최저타…'꿈의 59타' 기록할 뻔
빛 못본 6년차 중고참…3년간 2부투어서 절치부심
[ 이관우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투어 6년차 강성훈(29)에겐 늘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국내 전용 골퍼’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다. 200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2011년 당당히 PGA에 입성했다. 금방 손에 쥘 것 같았던 우승컵은 그러나 다가오지 않았다. 성적은 곤두박질쳐 3년간은 2부 투어를 전전하며 눈물 젖은 빵을 씹었다.
틈틈이 출전한 국내 대회에선 펄펄 날았다. 2013년 CJ최경주인비테이셔널과 한국오픈을 잇달아 제패했고, 그해 상금왕에 올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해외 우승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강성훈이란 이름은 서서히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갔다. 지난해 말 9년간 이어오던 후원계약도 더 이상 연장되지 않았다. 2부 투어 성적우수자에게 주는 PGA 1부 투어 출전권을 다시 따냈으면서도 웃지 못한 이유다.
◆“우승이 필요해”…절박한 ‘홀로서기’
프로 데뷔 10년 만에 ‘홀로서기’에 나선 강성훈에겐 자신감이 절실하다. 우승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준우승 혹은 10위권 이내의 성적도 그에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힘이다. 그는 장타와 정교한 퍼팅을 갖춰 ‘대성할 재목’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중요한 상황에서 샷 리듬이 빨라지거나 스윙 동작이 커지는 등 멘탈이 갑작스럽게 흔들린다는 게 흠이었다.
자신감을 찾을 기회가 왔다. 14일 열린 PGA투어 AT&T페블비치프로암(총상금 700만달러) 3라운드에서 그는 2타를 더 줄여 13언더파를 쳤다. 선두 필 미켈슨(미국)에게 3타 뒤진 공동 3위의 성적이다. 15일 이어질 결승에서 우승에 도전할 사정권에 든 것이다. 결승전이 열리는 페블비치 코스는 2011년 그에게 투어 첫 홀인원을 선사했던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남은 건 우승컵이다. 자신감은 불붙기 시작했다. 그는 전날 2라운드에서 11언더파 60타를 치는 ‘폭풍샷’을 선보였다. 보기 없이 버디 9개, 이글 1개를 뽑아내며 ‘한국인 최저타’ 기록을 경신했다. ‘꿈의 스코어’로 불리는 59타에 딱 한 타가 부족했다. 59타는 PGA투어에서도 6명만이 경험한 대기록이다.
제주도 출신인 그는 강풍이 자주 부는 페블비치처럼 ‘악천후’ 코스에 강하다. 세계랭킹 306위인 그는 “꿈을 꾸는 것 같다”며 “경기에 집중하느라 기록을 세웠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종전의 한국인 최저타는 남자는 최상호 프로가 세운 62타, 여자는 김효주(21·롯데) 이보미(28) 등이 세운 61타였다.
◆‘페블비치맨’ 箝決?5승째 노려
PGA 투어 42승의 ‘백전노장’ 미켈슨이 16언더파를 쳐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3개 대회 코스 중 가장 까다로운 페블비치 코스에서만 6타를 줄였다. 이 대회에서 1998·2005·2007·2012년 네 차례 우승컵을 수집한 그는 우승할 경우 같은 대회 5승째, 통산 43승을 올리게 된다. 2013년 메이저대회 디오픈(브리티시오픈) 우승 이후 2년7개월 만의 챔피언 자리 복귀라는 의미도 있다. “한 번 기세가 오르면 좀처럼 선두를 내주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우승 가능성이 크다”(정재섭 프로)는 평가도 나온다. 35세의 ‘늦깎이 PGA 루키’ 이와타 히로시(일본)가 2타 차로 미켈슨을 뒤쫓고 있어 15일 결승전은 한·미·일이 우승컵을 다투는 모양새가 됐다.
1, 2라운드에서 하위권을 맴돌던 세계랭킹 3위 제이슨 데이(호주)가 공동 8위(10언더파)로 성적을 끌어올려 체면을 살렸다. 반면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1언더파의 부진한 성적으로 예선 탈락을 겨우 모면해 체면을 구겼다. ‘샛별’ 김시우(21·CJ오쇼핑)는 중간합계 3언더파 212타로 공동 36위에 올랐다. 최경주(46·SK텔레콤)와 김민휘는 예선 탈락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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