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허위광고 분쟁 발생시
소비자들만 피해 우려
[ 최병일 기자 ] 대학생 이민정 씨(24)는 지난해 말 TV 홈쇼핑을 통해 계약한 보라카이 여행 상품을 이용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홈쇼핑에선 새로 지은 호텔에 숙박하고 아침식사로 해산물 특식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소개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호텔은 공사를 마치지 않은 상태였고 세면대에선 흙탕물이 나왔다. 해산물 특식은 새우꼬치 하나가 전부였다.
귀국 후 여행사에 문제를 제기하자 “다음에 또 우리 여행사를 이용하면 7%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상품을 판 홈쇼핑은 “여행사에 문의하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억울한 마음에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니 “홈쇼핑에서 상품을 구매한 경우 여행사나 홈쇼핑 모두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어서 보상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홈쇼핑 채널이 다양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면서 과장광고로 분쟁이 일어날 때 여행사와 홈쇼핑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바람에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행상품과 관련한 여행사의 허위·부당 광고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공정위는 2007년부터 허위과장 광고를 한 여행사에 과태료를 물리는 등 제재해왔다. 일부 여행사는 유류할증료 등의 추가 비용을 받으면서도 ‘추가비용은 일절 없음’이라고 광고하거나 여행일정에 들어가 있는 필수코스인데도 별도의 비용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6개 TV홈쇼핑업체와 20개 여행사가 여행상품을 광고하면서 현지 추가 경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2억84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이들 홈쇼핑업체와 여행사는 2014년 9월1일부터 11월9일까지 여행상품을 광고하면서 현지에서 지급해야 하는 가이드 경비가 있는데도 이를 광고에 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노랑풍선을 비롯한 10여개 여행사가 비슷한 이유로 추가 적발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여행사들은 해당 광고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제재하지 않았고, 홈쇼핑업체에 대해서만 경고 조치했다. 여행사가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홈쇼핑업체들이 위탁판매하는 것이어서 여행상품이 홈쇼핑업체 명의로 소비자에게 공급된다는 점 △홈쇼핑업체가 여행상품과 관련한 청약·결제·A/S 응대 등을 한다는 점 △여행사가 TV홈쇼핑 광고 제작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여행사는 광고주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행사의 부담은 한결 줄었지만 홈쇼핑을 통해 여행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불만이 생길 때 어느 곳에도 하소연하기 어려워졌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여행 중 발생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여행사나 판매주체인 홈쇼핑업체는 여러 이유를 대며 적극적으로 보상 또는 대처하지 않으려 한다”며 “홈쇼핑 광고와 실제 여행상품 구성이 다르거나 옵션쇼핑 등을 강요당했다면 현지에서 최대한 증빙자료를 모아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