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5조원 발행 수요
[ 김은정 기자 ] 금융회사에 대한 새로운 국제 자본 규제인 바젤Ⅲ 도입과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등으로 자본 확충이 시급해진 국내 은행들이 좌불안석이다.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으로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도이치뱅크가 촉발시킨 코코본드에 대한 우려로 발행금리가 높아지고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 등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산업·수출입 등 국책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이 올해 발행할 예정인 코코본드는 5조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조원가량의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 차환(만기가 된 채권을 갚기 위해 새 채권을 발행) 물량뿐 아니라 지난해 급격하게 늘린 주택담보대출 등을 감안할 때 바젤Ⅲ 기준에 따른 자본 비율을 맞추려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
코코본드란 경영이 악화하는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붙은 회사채다.
코코본드는 국내 은행의 주요 자본 확충 수단으로 부상했다. 2014년 2조8600억원(원화 기준)이던 국내 은행의 코코본드 발행액은 지난해 3조3500억원으로 약 20% 늘었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이 여파로 은행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해서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BIS 비율은 14.7%로 전년 말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우리은행의 BIS 비율도 13.7%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떨어졌다. 수출입은행의 지난해 말 BIS 비율은 10%를 간신히 넘었다.
은행 자본건전성 기준을 대폭 강화한 바젤Ⅲ 규제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것도 은행들이 자본 확충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은행들은 2019년까지 BIS 비율을 최대 14%까지 높여야 한다. 여기에 올해부터 바젤Ⅱ에서 발행된 자본성 증권에 대한 자본 인정 비율이 매년 10%씩 줄어든다. 국내 은행들이 바젤Ⅱ 기준에서 발행한 자본성 증권은 30조원을 웃돈다. 올해만 3조원 안팎의 코코본드 발행 수요가 생긴다는 얘기다.
하지만 발행 여건은 녹록지 않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가 대규모 손실로 코코본드 이자를 내년에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연초 대비 주가가 반 토막 나고 도이치뱅크 코코본드 가격이 급락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각각 3000억원, 6000억원어치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매시간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 발행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 조건부 자본증권
contingent convertible bond. 일명 ‘코코본드’. 경영 악화 등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붙은 회사채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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