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업 첫 기술특례 상장, 지분매각제한 풀린 물량 나와
최근 주가 지지부진하지만, 공모가 1만4000원보다 높아
중국 완다그룹이 1000만달러 투자, 서유기 등 2년치 일감 수주
CG산업 경쟁 치열한 것은 단점
[ 김우섭 기자 ] 2014년 국내에서 8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주무대는 바다다. 그러나 배우들이 실제 바다 위에서 촬영한 분량은 10%도 안된다. 경기 남양주의 실내 세트장에서 대부분 촬영했고 바다 배경은 VFX(visual FX:시각적인 특수효과) 회사 덱스터에서 만든 3차원(3D) 컴퓨터그래픽(CG) 화면으로 채워졌다. 영화 관련 기업 중 처음으로 기술특례상장을 승인받은 배경엔 이런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아바타의 VFX 감독 마크 밴 댄 베르겐은 최근 “자연스러운 파도와 노을, 바닷속 고래 등은 유명 할리우드 VFX 업체가 보여줄 수 있는 기술 수준의 95% 이상을 따라잡았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유일의 VFX 상장사
덱스터는 15일 코스닥시장에서 2.54%(550원) 하락한 2만1100원에 마감했다. 작년 12월22일 상장 이후 片臍?1만4000원) 대비 50.7% 올랐지만 지난달 19일 최고점(3만4400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털(VC) 보유 물량의 46%인 107만주(상장주식 수 1070만주)의 보호예수(지분매각제한) 기간이 지난달 22일로 끝난 데다 실적(지난해) 악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덱스터는 영화에서 촬영이 불가능한 장면을 CG로 제작하는 회사다. 대표이사는 영화 ‘국가대표’와 ‘미녀는 괴로워’ 등을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다. 201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전 세계 VFX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향후 매출 단가 인상 등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늘고 있어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0억원과 50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0.8% 줄었지만 매출은 39.3% 늘었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34.6% 늘어난 350억원, 영업이익은 26.0% 증가한 63억원이다.
◆“아시아 최대 콘텐츠 기업 될 것”
CG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드는 가장 큰 비용은 인건비다. 덱스터의 1인당 하루 인건비는 35만원 수준. 할리우드 대표 스튜디오인 ILM(Industrial Light & Magic:루카스필름의 자회사)의 30% 수준이다. 이순규 덱스터 부사장은 “총 42억원에 수주한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유명 할리우드 회사에 맡겼다면 150억원 정도가 들었을 것”이라며 “중국과 한국에서 러브콜이 이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덱스터는 수익성 향상을 위해 2~3년 내 1인당 인건비를 60만~70만원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영업이익률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덱스터는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량을 중국 시장에서 올린다. 지난주 개봉해 중국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몽키킹2’ 등 향후 2년 동안 수주 계약도 마무리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성장동력도 중국 시장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4월엔 세계 최대 극장 체인을 보유한 완다그룹으로부터 1000만달러를 투자받고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 영화뿐 아니라 가상현실(VR) 감상 기기용 영상 제작 등으로 매출처를 다변화할 계획”이라며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를 모델로 삼아 아시아 최고의 콘텐츠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CG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한 CG 업체 관계자는 “가격 경쟁이 심해 출혈 경쟁을 하면 영업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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