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하락세 감안하면 단기간 수익 호전 어려울 듯"
[ 이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 16일 오후 4시 25분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락 여파가 현대로템 등 일부 대기업들의 재무안정성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원개발 사업 관련 평가손실 발생과 원자재 수출국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작년 4분기 대규모 손실을 낸 기업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저유가·헤알화發 ‘충격’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달 들어 현대로템, LS엠트론, LS네트웍스, LG상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등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별도의 보고서(마켓코멘트)를 내고 신용등급 조정 여부를 즉각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원개발 또는 원자재 수출국 관련 사업에서 뜻밖의 대규모 손실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전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작년 4분기 2353억원에 달하는 연결 순손실을 발표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전 온?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1700억원대 공사손실 충당부채를 반영한 탓이다. 트랙터 등 농기계 제조업체인 LS엠트론도 작년 브라질 법인에서만 외환 손실 등으로 37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브라질 법인이 보유한 매출채권 중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금액만 4500만달러(작년 11월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경기 침체와 헤알화 약세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작년 12월 브라질 제철소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동국제강의 신용등급도 투자부적격인 ‘BB+’로 떨어뜨렸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원자재값 하락 탓에 작년 초 헤알당 410원 수준에서 최근 300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떨어진 국제 유가도 국내 종합상사들의 재무안정성을 뒤흔들고 있다. LG상사는 작년 4분기 자원·원자재 사업부문에서 6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아울러 유가 하락으로 3000억원에 달하는 자원개발 관련 광업권과 투자자산 손상차손이 발생해 모두 2372억원의 분기 순손실을 발표했다.
LS네트웍스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주요 무대로 하는 글로벌상사 부문에서 매출채권 관련 52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한국가스공사도 작년 4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87% 급감한 19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호주 글래드스톤액화천연가스(GLNG) 사업에서 900억원대 손상차손을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 충격 상당할 듯
신용평가사들은 충격적인 실적을 낸 대다수 기업의 신용등급에 대해 곧바로 하향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LS네트웍스(A)와 LG상사(AA-) 신용등급은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리고, 이미 ‘부정적’ 전망이 붙어 있는 현대로템 신용등급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로템과 LS네트웍스는 등급이 떨어지면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강등(한국신용평가 기준)이 된다. LS엠트론 등급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LS엠트론과 LG상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드물게 신용등급이 상승한 기업들이어서 투자자들의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값 하락으로 인한 기업들의 손실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분석이다. 강병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LS네트웍스에 대해 “최근 원자재 가격 추이를 감안할 때 상사부문의 영업 환경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간에 수익성 지표가 대폭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작년 4분기에 17% 하락했고 올 들어서 추가로 18% 더 떨어졌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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