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자동차 경품 내걸고 계좌이동 등 마케팅 총력
[ 박한신 기자 ] 한국씨티은행은 내달 14일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판매하지 않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대부분 은행이 ISA 출시를 앞두고 사전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정이다. 씨티은행은 전산 개발과 인력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아직 판매 여부를 검토 중이긴 하지만 ISA 상품은 1인 1계좌로 제한되는데 금융소비자들이 얼마나 씨티은행을 선택할지 현실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며 “대중보다는 주요 거래층인 부유층 소비자에게 집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같은 외국계 시중은행이지만 한국SC은행의 전략은 정반대다. SC은행은 ISA 전담팀을 꾸렸다. 전용 전산 개발뿐 아니라 ISA에 담을 상품 포트폴리오까지 미리 설계하고 있다. SC은행 관계자는 “ISA는 소매금융 기반을 넓힐 기회”라며 “최대한 많은 가입자를 유치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 맞수’ 씨티은행과 SC은행이 ISA뿐 아니라 계좌이동제, 자산관리 채널 전략 등 대부분 분야에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씨티은행은 차별화, SC은행은 대중화를 앞세우고 있다.
SC은행은 오는 26일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소매금융 기반을 넓히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날부터는 금융결제원의 페이인포 사이트뿐 아니라 은행 영업점과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주거래계좌를 바꿀 수 있다.
SC은행은 자동차 경품까지 내걸고 주거래 대표 상품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SC은행 입출금통장에 자동이체를 세 건 이상 등록하거나 적금상품에 가입하면 추첨을 통해 기아자동차 레이, 아이패드 등의 경품을 준다.
반면 씨티은행은 조용하다. 계좌이동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9월 계좌이동제 1단계 시행을 앞두고 씨티 자산관리 통장을 출시하긴 했지만, 당시에도 2억~10억원 이상 잔액을 갖고 있는 부유층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자산관리서비스도 세부 전략은 다르다. 씨티은행은 서울 반포 등 강남권 지역에 특화된 대형 허브점포를 열고 거액 자산가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에 비해 SC은행은 일반 영업점 안에 자산관리 데스크를 설치했다. 자산가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접근성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SC은행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 있는 소비자도 프라이빗뱅커(PB)와 화상으로 상담할 수 있는 리모트 자산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같은 두 은행의 다른 전략을 두고 금융권에선 각각의 전신(前身)인 한미은행과 제일은행의 DNA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은행은 애초에 한국과 미국(뱅크오브아메리카)의 자본 합작으로 탄생한 은행으로, 2004년 씨티은행에 인수되기 전부터 부유층 중심 영업을 해왔다. 반면 제일은행은 외환위기로 어려움에 빠지기 전까지는 리딩뱅크로 불릴 만큼 규모가 컸다.
은행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에는 부유층 대상 자산관리 분야의 강점이 남아 있고, SC은행에는 제일은행 시절의 영업망이 존재한다”며 “각각의 장점을 살려 옛 영광을 재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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