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년7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 달러화 강세, 한국은행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1220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막힘없는 질주가 이어질 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고조+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급등'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1시36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7원(0.72%)원 오른 1225.3원에 거래중이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20원대 중반까지 오른 것은 2010년 7월 7일(고가 1226.6원) 이후 5년 7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20원대를 돌파해 개장한 후 고점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상승폭을 줄이는 듯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상승폭을 다시 확대하며 1220원 중반으로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하는 배경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강화되고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전날 2월 기준금리를 현행 1.5% 수준에서 동결했지만 소수 의견이 출현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국내외 경기 판단이 하향 조정되고 이주열 총재가 비둘기파로 돌아서면서 금리인하 신호가 강해졌다"며 "3~4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간밤 산유국이 원유 감산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동결 합의조차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점은 달러화 강세 요인이다. 국제 유가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매수 심리를 자극시키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변곡점 VS 1230원대 진입 가능성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은 변곡점에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가파르게 급등한 만큼 1225원대에서 추가로 고점을 높이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초 1200원에 진입한 이후 10거래일만에 25원 넘게 급등했다.
정 연구원은 다만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과 중국 금융시장 상황은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에 대한 미국 중앙은행(Fed) 위원들의 스탠스는 금융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수출 부진을 겪는 중국이 "무역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하겠다"고 밝힌 만큼 위안화 추가 절하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1220원대에서는 당국의 개입 경계감과 레벨 부담감이 상존하고 있다"며 "상단은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되면서 달러 매수세는 더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내적으로는 고조되는 북한 리스크를 간과해선 안된다"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달 내 123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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