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ISA '딜레마'

입력 2016-02-18 17:46  

엇갈리는 증권사 대응

하나금투·키움증권 등 1% 안되는 파격 수수료
KTB투자·부국·한양 등 중소형사는 시장 진출 유보



[ 김우섭 기자 ]
다음달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일명 ‘만능통장’ 도입을 앞두고 증권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투자일임업’ 범위 확대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은행을 제압할 만한 차별화 전략을 세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ISA 시장 진입을 철회하는 증권사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ISA 시장 포기하는 증권사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TB투자증권과 부국증권, 한양증권 등 당초 참여가 유력했던 국내 4~5개 증권사는 최근 ISA 시장 진입을 유보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마케팅이나 전산작업 등 초기 투입 비용 대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지점 수가 적은 증권사는 참여를 안 하는 게 이익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ISA 시장 진입을 포기한 이들 증권사의 국내 지점 수는 2~8개에 불과하다.

ISA는 연간 2000만원 한도로 예금이나 적금, 펀드,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파생상품 등을 골라 담을 수 있는 계좌다. 5년 뒤 상품 손익을 모두 따져 순이익 200만원까지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투자자 본인이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신탁형 ISA와 본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회사가 추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에 따라 투자하는 일임형 ISA가 있다.

증권업계는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이 증권사보다 우위에 있는 은행권이 ISA 고객을 대거 유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증권사 지점은 1200여개인데 반해 은행 지점이 7300여개에 달한다.

반면 ISA 진입을 결정한 증권사들은 고객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키움증권은 ‘역마진이 나더라도 경쟁사보다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겠다’고 내부 방침을 정했다. ISA 수수료는 대표적인 일임 상품인 증권사의 랩어카운트(수수료 1.5~2.5%)보다 낮은 1% 이하(일임형 ISA)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도 신탁형 ISA 수수료를 연 0.6%(기본 수수료 0.1%+상품 수수료 0.5%) 수준으로 책정했다. 100만원을 투자한다면 연 6000원의 수수료만 낸다는 뜻이다. 김선수 하나금융투자 부장은 “ISA는 투자자 한 명이 금융회사 중 단 한 곳에 한 개 계좌만 개설할 수 있다”며 “고객 선점이 중요한 만큼 수수료 차별화를 통해 고객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잘 따져서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ISA 투자에 앞서 수수료 등을 꼼꼼히 살펴본 후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다수 은행과 증권사들은 ISA의 핵심인 상품 운용전략과 운용보수 등 각종 수수료 부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서로 눈치를 보는 양상이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PB는 “ISA 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제품의 ‘내용물(모델포트폴리오)’과 ‘가격(수수료)’이 결정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라며 “사전 예약자는 깜깜이 투자가 될 수 있으니 가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이자소득세(15.4%) 면제 혜택을 받더라도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돌아오는 몫이 줄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100만원을 ISA 계좌에 담은 투자자가 연 1.5%의 일임 수수료(연 1만5000원)를 낼 경우 세금절약분(15.4%)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연 9% 이상의 수익이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ISA 제도 설계에 참여한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SA의 본래 취지는 국민 재산 불리기”라며 “상품 출시가 늦더라도 준비가 잘된 금융사를 고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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