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집단행동에 나섰더라도 목적과 절차가 적법하다면 민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파업이 적법해야 손해배상이나 업무방해죄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다.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얘기가 다르다. 사용자는 생산 차질이나 영업손실 등에 따른 손해배상을 노조에 청구하거나, 노조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후 조치다. 사용자가 사전에 할 수 있는 조치로는 불법행위의 중단을 법원에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이 있다.
불법행위로 인해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우려되면 법원은 중지명령과 함께 위반 때마다 일정 금액의 이행강제금을 노조에 부과하기도 한다. 예상되는 피해 규모를 감안하지만 사례에 따라 하루 30만~100만원 정도가 매겨진다. 물론 모든 가처분 신청이 다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외국은 불법 파업에 대해선 중지명령과 함께 위반 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발생 가능한 손해를 미리 방지하려는 게 목적이다. 미국도 그렇다. 2005년 뉴욕시 지하철·버스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뉴욕법원은 중지명령을 내리고, 위반 때 하루 1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경제질서 위반 행위에 대해선 이행강제금과 같은 경제적 제재가 형사처벌보다 효과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은 2013년 발생한 사상 최장의 철도파업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서 노조 간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1년 3월의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을 경우’에만 업무방해로 본다는 것이다.
이 판례는 노조활동이나 노조원 인권 보호, 법리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후적으로나마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수단이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이행강제금과 같은 경제적 제재수단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물연대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법원 결정이 이례적이지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각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더구나 화물연대는 법적으로 노조도 아니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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