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어민은 해상 최전선 지키는 '바다의 파수꾼'…북한 미사일 파편·좌초된 잠수정 최초 발견

입력 2016-02-19 07:00  

해군·해경과 상시 교신하며 국경 살펴
"어민들 안보에 기여…생업 지원해야"



[ 김재후 기자 ]
잘 알려진 얘기는 아니지만 어민은 국내 안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으로는 국경이 막힌 상황에서 바다에 상주하는 어민이 사실상 최전선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민을 지원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가장 최근 사례는 북한 장거리미사일의 파편을 발견한 일이다. 북한은 설 연휴기간인 지난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장거리 미사일로 쓰일 수 있는 광명성 4호기를 발사했다. 광명성 4호기는 전북 군산 앞바다와 한반도 남서쪽 250㎞ 지점 등에서 낙하물을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됐다.

추진체 발사 후 한반도 남서쪽 멀리에서 광명성 4호기의 두 번째 추진체 파편이 떨어졌다는 보고가 해군에 들어왔다. 이를 발견한 선박은 79t급 근해통발인 17경산호. 이 어선은 당시 제주 서남방 인근에서 조업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추진체 잔해를 어선이 발견한 건 우연이 아니다. 어민들은 항시 바다에 있기 때문에 수협을 비롯해 해군·해경과 상시 교신을 통해 해안의 국경에 이상이 있는지 가장 먼저 점검한다. 지난해 12월27일 울릉도 동북방에서 침수 상태로 표류 중이던 북한 무인 목선을 발견한 것도 어민이었다. 속초선적 7동해호 이강년 선장과 101성북호 홍준원 선장이 발견해 속초어업정보통신국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해경과 해군은 경비함을 보내 조난 어선을 구조했고, 구조한 선원 3명은 귀환 의사에 따라 북측에 인도했다.

홍 선장은 “해경과 해군이 배포하는 북한 선박잠수함 식별 및 신고 요령 등을 통해 매년 수차례 대공 안보 교육을 받았기에 북한 어선이란 걸 100% 확신해 신고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장 유명한 건으론 1998년 동해안 북한 잠수정 나포 사건이 꼽힌다. 이 잠수정도 어민에 의해 최초 보고됐다. 또 1996년 북한이 강릉 앞바다에 침투시킨 350t급 잠수정이 고장을 일으켜 좌초됐다가 현지 주민의 신고로 발견됐다. 그러나 26명이 내륙으로 도피해 결국 사살 13명, 자살 11명, 도주 1명, 생포 1명 등의 사건을 일으켰다. 2년이 지난 1998년 6월22일 북한은 또다시 9명을 태운 북한 잠수정을 강원 속초해안으로 침투시켰다. 이 잠수정을 발견한 것도 동일호 선장이었던 김인용 씨였다. “수협 속초! 여기는 동일호. 동방 11.5마일 해상에서 시커먼 잠수정이 50~60도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음.” 당시 김 선장이 속초 어업무선국에 보낸 첫 무선 내용이었다. 북한 요원 9명은 모두 집단 자살했다.

배현두 수협중앙회 어업정보통신본부장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계속되는 북한 도발 속에 해상을 지키는 어민들이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며 “어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어선과 상시 교신체제를 유지하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상 최전선에 있는 분들이 어업인이기 때문에 수시로 교육을 한다”며 “수협이 어민들을 지원하고 끌고 가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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