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맥주 파는 맥도날드 판교점 가보니…"버맥열풍은 아직"

입력 2016-02-23 15:40  

미성년자 맥주 구입 확인하는 절차 불편해
매장 찾은 고객들, '버맥' 즐기기 어려워





[ 고은빛 기자 ] "번거롭게 신분증을 두 번이나 검사하는 건 한국 정서상 안 맞아요. 앞으로 맥주는 그냥 근처 치킨집에서 마실 겁니다." (소비자 A씨)

지난 22일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맥주를 판매하는 맥도날드 판교테크노밸리점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덥지 않았다. 개장 첫 날 매장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맥주를 주문한 고객들은 불편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기자는 이날 오후 5시께 매장을 직접 방문해 1시간 가량 지켜봤지만 '버맥(햄버거+맥주)'을 즐기기 위해 매장을 다시 찾겠다는 고객을 만나긴 어려웠다.

맥도날드가 입점한 H스퀘어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고객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같은 건물이 아니었으면 찾지 않았을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맥주보단 햄버거를 먹으러 들릴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부품 제조사 제이앤에스에서 근무하는 김경태 씨는 "맥주를 판다고 하길래 와봤는데 이렇게 복잡한 절차가 있는 줄을 몰랐다"며 "앞으로 햄버거만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OB생맥주는 미디움 360ml와 라지 640ml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시그니처버거(수제버거) 세트 1개당 1잔씩만 제공된다. 하지만 시그니처 버거세트와 맥주를 같이 받는 건 불가능했다. 두 번에 걸쳐 신분증을 검사하는 탓에 고객은 직접 맥주를 매대에서 받아가야 했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왔다갔다 하는 건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다.

맥도날드는 미성년자의 맥주 구입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키오스크(무인 정보단말기)에서 나온 영수증을 주문대에 제출할 때와 맥주를 고객이 받아갈 때 총 2번 신분증 검사를 실시했다. 성인이라도 미성년자와 동반했을 경우엔 맥주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넘어가자 100석 규모의 매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일부 고객도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전체 30여개 테이블 중 맥주를 마시는 테이블은 2~3곳에 불과했다.

진우식 맥도날드 홍보팀장은 "미성년자가 맥주를 수령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을 두 번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성인이라도 미성년자를 동반하면 맥주 구매가 불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당일 매장 분위기를 지켜보니 맥도날드에서 버맥 열풍이 자리잡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판교=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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