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 시나리오
(1) EU 장벽 걷어내면 더 성장
(2) 혼란 겪은 뒤 안정 되찾아
(3) 성장 둔화…영국 경제에 재앙
[ 이상은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런던 외환시장에서 1파운드의 가치는 장중 한때 1.4058달러까지 하락(-2.4%)했다.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유로화 대비 가치도 1.5% 감소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사진)가 EU 잔류를 주장하고 있지만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을 비롯해 보수당 의원의 절반가량이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파운드화 가치가 1985년 수준인 1.15~1.2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FT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가 걷게 될 길을 긍정적·중립적·부정적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제시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영국이 EU의 보호주의적 규제 장벽을 걷어내고 바깥으로 나가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있다.
FT는 그러나 이 시나리오가 작동하려면 영국이 EU 탈퇴 후 EU와 다시 경제협력 관계를 맺어야 하고, 관세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무역량의 절반 이상이 대(對)EU 거래이기 때문이다.
영국이 EU를 떠나더라도 혼란기를 겪은 뒤 안정을 찾고 현재 수준의 경제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는 중립적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나 스위스처럼 긴밀한 무역관계가 지속되고 환경 등 각종 규제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질 것이란 관점이다. FT는 그러나 투자가 줄고 무역량이 감소하는 등의 영향이 단기적 혼란에 그치고 금세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의문을 제기했다.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견해도 많다. EU와의 무역관계가 악화되고, 영국 기업이 유럽 경쟁기업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잘 돼야 성장둔화 정도고 나쁘면 경기침체로 굴러떨어진다는 비관적 전망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처럼 EU에 회의적이고 자체 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덴마크가 다음 EU 탈퇴 국가로 거론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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