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기술로 제품 만들려면 10년은 걸릴 것"
[ 김현석/베이징=김동윤 기자 ] 미국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미국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하려던 중국의 시도가 무산됐다. 미국 정부의 반대 기류에 중국 칭화유니그룹 산하 유니스플렌더가 웨스턴디지털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려는 계획을 접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려던 중국의 계획에도 적잖은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美, IT업체 인수 잇단 제동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선전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유니스플렌더는 지난 23일 공시를 통해 “37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15%를 취득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니스플렌더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활용해 샌디스크를 인수하려던 웨스턴디지털의 구상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은 웨스턴디지털에 대한 투자계획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두 회사의 주주 모두에게 해가 된다는 점을 느꼈다”고만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 내에서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점이 주된 이유가 됐을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유니스플렌더 측도 이날 공시를 통해 “미국의 외국인투자위원회가 최근 웨스턴디지털 투자건에 대해 (국가 안보에 위배되지 않는지) 조사해보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中, 메모리 반도체 진출 차질
웨스턴디지털은 PC에 들어가는 HDD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유니스플렌더의 웨스턴디지털 지분 인수 계획이 그동안 세계 메모리 반도체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끈 것은 이번 투자가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웨스턴디지털은 HDD 사업 정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해왔다. 따라서 유니스플렌더가 웨스턴디지털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되면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하게 되는 셈이다.
샌디스크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저장장치인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회사다. 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도시바에 이어 3위(2015년 3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관련 특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자 하는 중국 입장에서 샌디스크는 매력적인 존재였다.
자체 기술 개발에 시간 걸릴 듯
현재 메모리업계의 미세공정 기술 수준은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들어오기도 매우 어렵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칭화유니는 M&A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다른 방법은 기존 업체와의 합작이다. 하지만 2012년 치킨게임 종료로 과점 상태에 들어간 메모리업계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작년 말 칭화유니는 SK하이닉스에 자본 제휴를 타진했지만 거절당했다.
다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2025, 13차 5개년계획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확고히 한 만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반도체업계 내 중국 인력과 대만 업체 인수 등을 통해 자체 기술 확보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칭화유니는 최근 800억위안(약 11조원)을 증자해 중국에 메모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현석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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