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재해석 (17)] 욕심과 무지와 무의식…골프의 '실수 유발' 요소들

입력 2016-02-28 18:03   수정 2017-05-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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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삶의 거울이다


골프는 ‘실수의 게임’이다. 잘 치는 것보다 실수를 줄일 때 원하는 성과를 얻는 경우가 더 많다.

일상의 삶 속에서도 실수가 많다. 슬라이스도 내고 훅도 낸다. 심하게 뒤땅을 때리기도 하고 토핑을 치기도 한다. 그런데 삶에선 그런 실수가 하나의 ‘의미 있는’ 결과가 돼 돌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골프는 그렇지 않다. 바로, 그것도 아주 짜릿하게 하나의 행위에 대한 결과를 피드백해준다. 그래서 골프가 삶보다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1차적인 이유는 대부분 사소한 동작의 오류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작을 고치면 그만이고, 현상적으로 드러난 태도나 언행을 고치면 그만이라고, 제발 좀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말자고 결심에 결심을 거듭한다.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실수와 실패에는 더 근원적인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실수와 실패의 배후에는 욕심이라는 놈이 똬리를 틀고 있다. 또 긴장과 걱정이라는 놈도 대기하고 있다. 욕심이나 긴장, 근심도 급수가 있다. 만성적인 욕심 지속 상태가 있고, 일시적인 경우가 있다. 샷도 그렇다. 만성적인 욕심이나 긴장은 만성적으로 병적인 샷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하나의 습관이 돼 버린다.

욕심이 동전의 한 면이라면 그 반대편은 두려움이다. 범죄자들의 심리적인 근저를 보면 두려움이 있다. 그 두려움은 인정받으려는 욕구로 혹은 자기 과시욕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공을 무한대로 멀리 보내고 싶어하는 욕구와 공이 멀리 가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은 동전의 양면이다.

실수가 발생하는 또 하나의 축은 무지다. 잘 몰라서 실수를 연발하는 거다. 모르는 건 가르치면 되니까 아주 단순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무지의 영토가 꽤 넓다. 오해와 편견도 어떤 측면에서는 무지다. 잘못된 지식이 습관과 맞물려 있기도 하고, 자존심 같은 감정과 뒤엉켜 있기도 하다. 근거도 출처도 없는데 신앙처럼 굳어진 지식도 있다. 샷의 실수도 삶의 실수도 무지 속에서 잉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난공불락의 실수유발 시스템은 바로 무의식의 작동이다. 운동은 당연히 무의식으로 한다. 사리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일은 의식적인 행위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조차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느낌에 더 많이 의존한다는 게 현대 과학의 연구 성과다. 무의식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욕구일 수도 있고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내림으로 받은 것을 ‘업’이라 하고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을 ‘습’이라고 한다. ‘업’과 ‘습’이 시비분별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실수와 실패를 만들어 내는 생산 공장이 되는 셈이다.

무의식에서 비롯된 오류는 차분히 들여다봐야 보인다. 어떻게 수정할 것인가는 다음 문제다. 그것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 명상적 접근법이 이야기하는 바다. 그래도 남아 있는 문제들이라면, 흉터처럼 생을 함께하는 ‘반려’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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