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템플턴이 주도…"외자 이탈 신호탄" 우려
[ 김유미/이태호 기자 ]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이달 들어 약 4조7000억원어치를 팔고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보유한 한국 채권의 5%에 달하는 규모다. 매각액으로는 2010년 12월(5조3000억원) 후 최대치다. 프랭클린템플턴 등 외국계 ‘큰손’들이 한국 채권을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알려져 ‘외자 유출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유출액(유출액-유입액)은 4조7000억원 안팎으로 지난 1월(4900억원)의 9.6배에 달했다. 외국인이 1월 말 기준으로 보유한 한국 채권(101조원)의 4.7%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국 채권 매각을 주도한 것은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인 것으로 알려졌다. 템플턴은 한국 국고채와 통화안정채권을 꾸준히 사들여온 ‘친한파’ 장기투자자다. 그런 템플턴이 한국 채권을 팔기 시작한 것은 외자의 본격 이탈 조짐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된 데다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악영향이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금융상황이 나쁘다”며 “원화 자산을 팔라”는 기사를 실었다.
템플턴의 한국 채권 매각은 일시적 투자자산 조정으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도 많다. 증권회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한국 채권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발을 빼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템플턴은 원화 강세에 베팅했다가 손실을 보고 채권을 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유미/이태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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