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수익률-국채금리 역전
저성장 일본 경제구조와 닮은꼴
일본, 금리격차 3%P 이상 벌어져
정부 배당확대 '당근책' 영향
박스권 지속땐 배당주 매력 높아
[ 김우섭 기자 ]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이 사상 처음으로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넘어섰다. 저성장으로 시장금리는 낮아지는데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면서 배당수익률과 국채 금리의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배당 6배 늘린 한국전력
28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5 회계연도에 대한 배당금을 결정한 357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배당수익률(지난 26일 기준)은 1.76%로 나타났다. 배당수익률은 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으로, 투자자금에 대해 배당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2013년(1.18%)과 2014년(1.20%) 1%대 초반 수준이던 배당수익률은 지난해부터 크게 늘기 시작했다. 골프존유원홀딩스의 배당수익률은 8.11%로 전년(1.98%)보다 6.13%포인트 올랐다.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현대차(2.01%)는 처음으로 2% ??깼고, 한국전력은 2014년 배당액(3210억원)의 6배가 넘는 1조9000억원 수준의 배당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지난 26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778%로 전날보다 0.024%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5.691%에서 2011년 3%대(3.784%)에 진입한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선 0.0298%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경기 둔화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 국내 경제지표 부진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진 탓이다. 시장금리는 내리고, 배당수익률은 오르면서 두 지표는 11일 각각 1.766%와 1.88%로 0.1%포인트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저성장’ 일본 전철 밟나
배당수익률과 국채 금리의 역전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형 경제 구조를 닮아가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일본은 배당수익률이 10년물 국채 금리를 앞선 2007년 이후 그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으로 10년물 국채 금리는 -0.22%까지 내려갔다. 독일은 배당수익률(3.36%)과 10년 만기 국채 금리(0.137%)의 격차가 3%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저성장 국면에서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것도 배당수익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본부장은 “‘오늘을 위한 배당’ 대신 ‘내일을 위한 투자’가 바람직한 것은 알고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으로 선뜻 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사내유보금이 쌓이면 주주의 배당 요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부터 3년 동안 적용하기로 한 기업소득환류세제(기업 이익 중 배당과 투 ?및 임금 증가분을 제한 유보금에 대해 과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배당수익률 상승으로 자산운용과 재테크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박스권’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배당주의 매력이 높아진다”며 “배당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회사를 중심으로 선별 투자에 나서볼 만하다”고 말했다. 배당주 펀드에는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한 가운데 배당주 펀드는 올 들어 3400억원 늘어나는 등 순항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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