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편입 뒤 집중투자 성과…컨트롤러 기술 확보 성공
3D 낸드 세계 두 번째 양산…올 하반기 48단 제품 생산
평면 낸드도 14나노 공정 도입
[ 김현석 기자 ]
“이게 3차원(3D) 낸드입니다. 평면 제품보다 더 깊게 파 회로가 뚜렷하게 보이죠.”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의 M12 생산라인에서 김정현 낸드팹(fab)1팀장이 가공 중이던 풉(foup: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를 담아 이동시키는 용기)을 꺼내 들어 보였다. 풉 안에 있는 25장의 웨이퍼 윗면에 회로도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이 회사가 지난주 공정에 투입해 가공 중인 3D 낸드 칩이다. 이 칩은 한 달 반의 공정이 끝나는 오는 4월 초 SK하이닉스 로고를 달고 출하된다. 낸드업계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가 ‘낸드의 원조’ 일본 도시바와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두 번째로 3D 낸드 양산에 들어간 것이다.
세계 두 번째 3D 낸드 양산
메모리반도체업계는 그동안 공정 미세화를 통해 칩의 용량과 성능을 높여왔다. 칩의 회로선폭을 줄이면 지름 30㎝ 웨이퍼 한 장에서 만들 수 있는 칩 수가 늘고, 전자의 이동속도는 빨라진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더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은 반도체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공정 미세화는 벽에 부딪혔다.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대에 진입하면서 선폭을 더 줄이려면 엄청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3D 낸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개발됐다. 평면에서 회로선폭 줄이기가 어려워지자 아예 수직으로 회로를 만들어 용량과 속도를 개선했다. 하지만 실제 공정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10년 이상 연구한 끝에 삼성전자가 2013년 말 24단 제품을 개발했고, 지난해 8월부터 48단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낸드를 처음 개발해 원조로 불리는 일본 도시바는 물론 마이크론도 아직 양산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치고 나왔다. 이 회사는 평면 낸드를 생산 중인 M12 라인의 생산능력 가운데 5~10%를 투입해 36단 3D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웨이퍼 기준 월 2만~3만장 규모다. 올 하반기 48단 개발을 완료하면 이천 M14의 2층에 전용 라인을 조성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청주공장 옆에 25만㎡ 부지도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시와 지난달 26일 투자협약을 맺고 이곳에 15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3D 낸드 공장을 짓는 방안이 유력하다.
낸드시장 판도 바꾼다
SK하이닉스는 D램업계 맹주다. 작년 3분기 점유율이 28%로 삼성전자(46%)에 이어 확고한 2위다. 하지만 낸드에선 그렇지 않다. 낸드시장 점유율은 11~12%대로 삼성과 도시바, 마이크론뿐 아니라 미국 샌디스크(도시바 제휴사)에도 뒤져 업계 5위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서다. 워크아웃(2001~2005년)을 겪은 SK하이닉스는 2004년 낸드 생산을 시작했지만 많은 돈을 투자하긴 어려웠다.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뒤 달라졌다. 청주에 낸드 공장인 M12 라인을 지었고 낸드 칩의 성능을 높여줄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탈리아 아이디어플래시(현재 SK하이닉스 유럽 기술센터), 미국 LAMD(현재 SK하이닉스 메모리 솔루션 센터) 등을 인수했다. 허용진 SK하이닉스 청주팹센터장(상무)은 “100원짜리 낸드에 컨트롤러를 붙여 맞춤형으로 제공하면 150원을 받을 수 있다”며 “그동안 컨트롤러 기술이 약점이었으나 이제는 경쟁할 만하다”고 말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3D 낸드는 아직 초창기 기술”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평면 낸드에서도 14㎚ 공정을 도입했다.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가 작년 5월, 도시바가 최근 도입한 공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D 낸드와 14나노 평면 낸드 등 최신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의 한 종류. D램과 달리 전원이 끊겨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 PC 등에서 사진 음악 동영상 등을 저장하는 데 쓰인다.
청주=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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