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 노리고 투자하는 '갭투자'
매매가 반드시 오른다는 보장 없고
경제상황 등 리스크 커…구입 신중해야
아파트 고를 땐 깐깐한 기준 필요
투자하기 전 최소 10번은 둘러봐야
[ 김진수 기자 ] “최근 부동산시장이 한풀 꺾이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상품이지만 한편으로 가장 신중한 투자 대상이기도 합니다. 아파트를 고르는 데 깐깐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심형석 영산대(경남 양산) 부동산·금융학과 교수(51·사진)는 이론과 실천을 병행하는 부동산 전문가다. 대학에서 부동산을 가르친 지 10년이 넘은 이론가인 동시에 좋은 아파트가 있으면 매매에도 나서는 투자자다. 그는 최근 《아파트 제대로 고르는 법》(한경BP·부제 아파트에 속지 않는 33가지 방법)을 내놨다. 심 교수는 “늘 아파트 매매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는 실수요자가 많다”며 “아파트를 살 때 고려해야 할 내용을 한번 두루 짚어봤다”고 말했다.
○이론 겸비한 투자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심 교수는 1992년부터 3년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근무했다. 1995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창립할 때 직장을 옮겼다. 5년간 근무하면서 첫 2년은 기획부문에 몸 담았고 나머지 3년은 연구부문에서 주택 마케팅을 담당했다. 심 교수는 “말뚝만 박아 놓으면 분양이 되는데 마케팅이 필요하냐는 소리를 들을 때였다”며 웃었다. 이후 정보업체인 부동산114로 옮겨 컨설팅, 교육 등을 책임지는 지식경영센터장(이사)을 지냈다. 2002년 4월 부동산와이드라는 시행·분양대행·컨설팅업체를 차렸다. 당시 상가,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의 개발 마스터플랜을 짜거나 이후 분양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그 후 2005년부터 영산대에서 부동산 마케팅, 컨설팅, 자산관리 등을 가르치고 있다.
심 교수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으나 미래 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물색한다. 오랜 기간 보유하지는 않으며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낸다고 귀띔했다. 그는 “한 아파트에 투자하기 위해 최소 열 번 이상 둘러봐 공인중개사가 그만 오라는 소리를 할 정도”라며 “실거래가, 주변시세, 개발계획, 대지지분 등을 토대로 찾아낸 10개 아파트 중 실제 방문해보면 투자할 만한 곳은 한 개뿐”이라고 말했다.
○전세가율과 갭투자에 현혹되지 말아야
심 교수는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내다봤다. 국내외 경제 상황과 주택담보대출 강화 등 각종 악재가 적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는 전체 시장보다는 개별 지역(국지성)의 상황을 더 중시한다. 그는 수도권이 올해도 가격이 상승해야 하지만 여러 변수로 억눌려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심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많게는 네 배까지 벌어졌는데 최근에는 두 배 안으로 좁혀졌다”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동력이 약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에 대한 맹신과 갭투자(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를 최소한의 금액으로 매입하는 투자 방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심 교수는 “최근 몇 년 새 지방의 전세가율은 70%에서 75%로 소폭 올랐지만 서울은 50%대에서 70%대로 수직 상승했다”며 “지방은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돌아선 반면 서울 등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고 투자 가치가 적어 매매 수요보다 전세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2006년 서울의 전세가구 비중이 33.2%에서 2012년 32.5%로 큰 변동이 없으나 부산은 같은 기간 22.1%에서 18.7%로 변동 폭이 컸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는 전세가율이 높다고 해서 매매가격이 반드시 오른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무분별한 갭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용 가치(전세)가 교환 가치(매매)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주택시장은 변수가 많고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심 교수는 《아파트 제대로 고르는 법》을 통해 수요자들이 궁금해하는 ‘아파트, 클수록 좋을까’ ‘틈새평면은 왜 나올까’ ‘100 대 1 청약 경쟁률에서 당첨된 사람은 대박을 친 걸까’ ‘지난해 인허가 물량이 역대 최고라고 하는데 몇 년 뒤 폭탄이 되지 않을까’ ‘전용률은 무조건 높은 게 좋을까’ 등에 대한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실수요자는 집을 사서 斂?불안을 없애는 게 좋다”며 “언제든지 저평가되고 미래 가치가 높은 아파트는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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