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덮친 경인주물공단…"기계 놀리는 곳 태반"

입력 2016-02-29 17:40   수정 2016-03-01 08:58

김낙훈의 현장 속으로

가동률 50% 밑도는 곳 나와
원자재 구매 4년새 반토막…채용 중단에 감원 잇따라

"뿌리산업 대책 서둘러야"
도금·열처리 업체들도 타격…산학협력·R&D 지원 절실



[ 김낙훈 기자 ] 인천 경서동 청라국제도시 인근 서부공단 주물단지. 경인주물단지로 불리는 수도권 최대 주물단지다. 30여년 전 서울 영등포와 뚝섬 등지에서 이전해온 업체가 대부분이다. 입주 기업들은 쇳물로 자동차·기계·선박용 부품 등을 만든다. 뿌리산업 본거지인 이곳 입주 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가동을 멈춘 기계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선박용 부품업체인 K사의 C사장은 “한 달에 1500t의 주물 부품을 만들 수 있는데 작년에는 월평균 680t을 생산해 가동률이 45%에 머물렀다”며 “올 들어서는 가동률이 40%를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라며 “그동안 확보한 주문을 감안하면 3월 생산은 500t도 어려워 직원 월급을 어떻게 줘야 할지 걱정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조선·기계산업 불황으로 직격탄

경인주물공단 입주 업체의 어려움은 조선 기계 등 전통 제조업 불황 탓이다. 정성모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전무는 “공작기계와 일반기계부품, 선박부품을 제작하는 업체의 가동률은 최근 1년 새 평균 10%포인트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기계부품업체 가동률이 60~70%, 선박부품이 50%를 밑돈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사정은 그나마 나아 가동률이 80% 선을 유지하고 있다.

불황은 조합의 원자재 공동구매액에서도 드러난다. 정 전무는 “입주 기업의 원가절감을 위해 경인주물조합은 선철과 고철을 공동으로 구입하는데 이 물량이 2011년 589억원에서 작년엔 302억원으로 48.5% 줄었다”고 설명했다.

주물은 인력난이 가장 심한 업종이다. 열악한 작업 환경 탓에 외국인조차 일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돼 상당수 입주 기업이 인력을 줄이고 있다. K사는 호황이던 2008년 생산인력이 60명이었으나 지금은 31명으로 감소했다. C사장은 “이전에는 인력난이 심해 60세가 넘어도 계약직으로 썼는데 지금은 고령자에 대한 신규 계약을 해지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18명에서 9명으로 구조조정했다”고 말했다. K사 옆에 있는 H사도 최근 1년 사이 16명이던 직원을 11명으로 줄였다.

◆“‘뿌리산업 종합대책’ 절실”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것은 주물업체만이 아니다. 도금 열처리 단조 등 다른 뿌리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약 40개 업체가 모여 있는 수도권 최대 도금단지인 인천 일진도금단지 입주 기업 역시 가동률 저하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 단지 입주 기업 가운데 30% 정도가 최근 1년 사이 인력을 줄였다. 일감이 없어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에 종업원을 퇴근시키는 업체도 있다.

조훈형 경인주물조합 이사장(진흥기업 사장)은 “제조업의 밑바탕인 뿌리산업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산학협력과 연구개발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뿌리산업은 말 그대로 산업의 뿌리다. 자동차 기계 조선 전자 방위산업 등 거의 모든 산업의 부품을 뿌리기업이 가공한다. 이런 중요성을 감안해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 제3조에는 ‘국가는 뿌리산업의 진흥에 필요한 종합시책을 수립 시행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뿌리산업이 붕괴되기 전에 정부는 하루빨리 정밀 실태조사를 벌여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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