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상반기 취업을 부탁해] "이 일은 내 운명…맞춤형 준비로 취업문 열었죠"

입력 2016-03-03 07:10  

신입사원 3인 입사 스토리

LG유플러스 이규영
1학년 때부터 채용설명회 참가…관련 자격증 따고 공모전 참여도

SK C&C 이중석
고향 대구 '버스 앱' 개발…면접에서 이력 말하니 좋은 평가

롯데백화점 정소희
공채 서류전형서부터 떨어져…탈스펙 전형으로 재도전 끝 합격



[ 이도희 기자 ] 기업도 부서도 제각각인 신입사원 3인의 대학생활을 관통하는 한 단어가 있다. 바로 ‘한우물’이다. LG유플러스 신입사원 이규영 씨(25)는 1학년 때부터 대학 채용설명회 단골이었다. 지난해 SK C&C에 입사한 이중석 씨(25)는 취업이 코앞인 4학년 때 전공과 관련 없는 스펙을 쌓는 대신 좋아하는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지난해 롯데그룹이 처음 시행한 탈스펙 전형 ‘스펙태클’ 1기 합격자 정소희 씨(26)는 백화점에 대한 애정을 합격 비결로 꼽았다.


채용팀장이 꼽은 ‘우수 자소서’ 주인공

이규영 씨의 대학 시절 경험을 모두 더하면 ‘LG유플러스 데이터마케팅’이라는 답이 나온다. 우선 전공실력을 쌓기 위해 학과공부에 충실했다. 지식을 더?구체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고 데이터베이스 분석 공모전에도 참가했다. 서비스 아르바이트, 5년간의 교육봉사, 단기 해외봉사 등을 통해 대인관계 기술도 키웠다. 이력서를 쓰기 직전에는 직접 매장을 찾아가 현장 이야기를 듣고 주력 상품을 공부했다. LG유플러스에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고객센터와 협업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는 그가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준비해 온 일이다.

또 다른 합격 비결은 ‘채용설명회’다. 설명회 참가자는 대부분 4학년. 3학년도 어린 축에 속하지만 이씨는 1학년 때 선배를 따라갔던 첫 채용설명회에서 속으로 ‘바로 이거다’를 외쳤다.

“인사담당자가 직접 직무나 채용전형을 설명해주는데 이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에 있어요. 저는 일찍부터 직무를 정했기에 설명회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어요. 인생이 걸린 문제에 1~2시간쯤 투자하는 건데 전혀 아깝지 않았죠.”

특히 LG유플러스의 잡페어는 그의 미래를 바꿔 놨다. 마케팅 직무 지원을 앞두고, 실제 마케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했던 차에 잡페어에서 만난 선배가 전한 현실은 훨씬 구체적이었고 입사 의지도 키워줬다. 그의 노력은 입사 전형에서 빛을 발했다. 실제로 LG유플러스 채용팀장은 한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자기소개서를 묻는 질문에 ‘대학 때부터 꾸준히 준비해 입사 후 이 역량을 실현하고 싶다’던 그의 당차고 구체적인 포부를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 회사에 왜 지원했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는 잡페어와 영업점 방문기로 응답했다. “지금 저희 팀장님이 면접관이었는데 제 목표가 뚜렷하고 열정이 느껴져서 함께 일하기 좋을 것 같아 뽑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영어성적도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고 어학연수 경험도 없지만 대신 쓸모 있는 것만 준비했죠.”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해요. 면접 때 내 강점을 알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워요. 그런데 스펙만 맹목적으로 쌓으면 서류에는 간신히 합격해도 면접 때 이야깃거리가 없게 되죠. 저도 2013년 하반기에 똑같은 스펙으로 이곳에 지원했는데 떨어졌습니다. 지금과 다른 게 있다면 자신감이죠.”


좋아서 한 일로 자소서·면접 200% 활용

동기 사이에서 ‘코딩의 신’이라 불린다는 이중석 씨는 취업준비생의 필수품이라는 대외활동이나 동아리, 아르바이트 경험을 묻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씨의 대학생활에서 ‘취업’을 연상시키는 이야기는 찾기 어려웠다. 대신 ‘목표’라는 단어가 더 눈에 띄었다.

대학시절, 공대 특성상 팀 과제가 많았는데 이때마다 이 씨는 리더 역할을 도맡았다. 업무를 적절히 분장하고 팀원을 조율하는 것은 늘 그의 몫이었다. 3학년 때는 교환학생으로 떠난 인도의 한 대학 연구실에서 3개월간 모바일 앱페이지를 관리하면서 정보기술(IT) 회사를 목표로 잡게 됐다. 4학년 때 단지 불편해서 출신지역인 대구의 버스 앱을 만들었다. ‘좋아서’ 한 이 세 가지는 취업을 앞둔 그의 자소서와 면접장을 빼곡하게 채우기 충분했다.

“SK C&C의 서류전형에?자격증이나 어학성적 기입란이 없었어요. 대신 경험을 최대한 쓰게 돼 있었죠. 인도에 다녀와 SI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되고 관련 과목을 수강했던 것, 앱을 직접 개발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었어요.”

PT면접 때도 마침 원하던 문제가 나왔다. 질문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형태였는데 앱 개발 경험이 있던 그는 자신있게 ‘모바일 앱 개발 방식’을 골랐다. 면접관들도 그의 이력에 흥미를 보이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왜 이 기술을 택했는지, 왜 만들었는지 등을 물었다. 이 이력은 후에 인성면접에서도 이야깃거리가 됐다.

“전 회사에서 요구할 만한 역량만 개발했어요. 이곳에 딱 필요한 기술을 주로 공부했다는 점을 강조했죠. 잘하는 분야, 하고 싶은 분야가 아니면 막상 합격해도 금방 힘들어진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서류 탈락 후 스펙태클로 재도전

정소희 씨는 작년 상반기 간절히 입사를 원했던 롯데백화점 공채에 지원했다가 서류전형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몇 주 뒤 기적처럼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스펙태클전형 덕이었다. 이 새로운 전형이 서류단계에서 요구한 것은 1분 자기소개 동영상과 A4용지 한 장짜리 회사 신성장동력 전략 기획서 두 가지였다. 오래전부터 유통업에 관심을 갖고 백화점의 변화를 늘 예의주시하고 있던 그는 평소 생각을 기획서에 거침없이 담아냈다.

“요즘 유통업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서브스크립션’(제품 구독)에 ‘기프트’(선물)를 더?백화점이 고객 대신 매달 선물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안했어요. 또 내수시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보자는 아이디어도 추가했죠.”

면접은 앞서 제출한 과제를 PPT로 만들어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서류전형과 마찬가지로 출신 학교나 어학성적은 필요 없었다. 면접 평가 도구도 펜 한 자루가 전부였다. 주의 깊게 그의 발표를 듣던 면접관이 ‘외국 사례는 찾아봤는지’ 물었는데 마침 대학 때 교환학생으로 찾은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최초 백화점을 비롯해 여러 매장을 열심히 돌았던 그는 몸소 느낀 해외 사례를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었다.

“스펙태클전형 최종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서 한 금융권 최종면접 기회가 주어졌는데 가지 않았어요. 지금 휴대폰 바탕화면과 잠금화면 모두 동기 단체사진이에요. 원하던 것을 이뤘기에 더 행복한 게 아닐까요.”

신입사원 3인의 합격 비밀노트

1. ‘마구잡이’가 아닌 ‘맞춤형 스펙’을 쌓아라
2. 실무 알고 싶다면 채용설명회를 노려라
3. 면접 땐 직무와 나의 강점을 연결하라

이도희 한경매거진 기자/강예영(연세대 4년)·/박정윤(서울시립대 4년) 인턴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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