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후 부동산·사모주식 등
투자 자산별로 세분화 검토
"국내 투자 줄어드나" 우려도
[ 좌동욱 기자 ] 512조원의 기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국내외 대체투자 조직을 합친 뒤 사모주식 부동산 등 투자 자산군별로 조직을 나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조직 개편 결과는 위탁자산 규모와 방식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국내외 운용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덩치에 걸맞은 조직개편 필요”
3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대체투자실과 해외대체실을 통합한 뒤 사모주식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자산별로 조직을 나누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대체투자실)와 해외(해외대체실) 등 지역별로 나뉜 대체투자 조직을 자산별로 재편해 투자 및 자산관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전임 최광 이사장 시절 신설하려던 대체투자 사후관리 조직은 별도조직으로 꾸리지 않고 대체자산별 내부 팀(소팀)으로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CIO) 밑에 2명의 부문장을 灌?방식으로 조직을 분할하는 방안은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세계 3위 기금 규모에 걸맞게 운용 조직을 전문화하고 운용 실무 책임자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의 의지에 따라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문 이사장은 기금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해야 하는 운용 조직이 일반 공기업처럼 절차와 형식에 얽매여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개편 결과와 관계없이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금운용본부는 ‘초긴장’ 상태라는 게 안팎의 전언이다.
◆국내 대체투자 축소 우려
강면욱 신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내부 실·팀장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개편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조직 안정을 우선하는 공단 조직 특성상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개편안이 축소 또는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연기금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내외로 구분된 대체투자 조직을 통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국내 대체투자는 해외 대체투자보다 수익률이 낮은 데다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등 지배구조의 손질이 없는 조직 개편은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내 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의 국내외 대체투자 조직이 통합되면 국내 사모펀드(PEF)나 부동산 등 국내 대체투자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투자예상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투자 대상이 많은 해외 대체투자를 우선 검토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전직 기금운용본부장 출신의 한 관계자는 “특혜 시비 등으로 고참 운용역들의 퇴로가 막혀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사기 진작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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