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SW주에도 기관자금 유입
네이버·컴투스 등 꾸준한 매수
[ 김우섭 기자 ] 연초 이후 펀드매니저의 장바구니엔 낙폭 과대주와 저(低)PBR주로 분류되는 철강·인터넷업종이 집중적으로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한국 증시를 이끈 화장품·바이오업종은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 속에 비중이 대폭 축소됐다.
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일 이후 지난달 말까지 공모펀드 자금을 집행하는 펀드매니저들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종의 보유 비중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가의 철강업종 보유 비중은 3.9%(지난달 29일 기준)로 벤치마크(유가증권시장 철강업종 시가총액 비중, 3.7%) 대비 0.2%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11월 초(3.6%)에 비해 0.3%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업체의 사업 구조조정 기대와 철강제품 가격 반등으로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5위인 현대제철엔 지난달 5183억원(전체 1위)의 기관 자금이 유입됐다. 포스코도 781억원의 기관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면 기관들은 작년 주도주 역할을 한 화장품 등 생활용품업 씬?비중을 줄였다. 생활용품업종의 유가증권시장 비중은 4.6%. 기관은 이보다 적은 4.4%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경기 둔화 조짐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한·중 외교 마찰 우려로 생활용품업종 비중을 시장 평균보다 낮게 가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기관은 화장품업종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서 각각 1525억원과 1577억원을 뺐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0.3배까지 떨어진 포스코 등 낙폭과대주를 중심으로 기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과의 이른바 ‘키높이 맞추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싸다는 의미다.
연초 조정장에서 하락폭이 컸던 인터넷·소프트웨어 관련주에도 기관 자금이 유입됐다. 기관의 인터넷·소프트웨어업종 비중은 5.5%로 넉 달 전(5.0%)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31개 업종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네이버 시가총액 비중은 유가증권시장의 1.6%지만 기관은 전체 금액의 2.0%를 투자했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장은 “시장에도 뚜렷한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다”며 “네이버, 컴투스 등 꾸준한 실적 개선을 내고 있는 종목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저평가된 종목이어도 실적 개선세를 확인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변동성이 큰 장에서 단순히 낙폭만 보고 투자하면 추가 하락의 위험이 크다”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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