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보다 무서운 미 재무부] "대북 제재대상 자금거래 놓칠라"…비상 걸린 월가 은행들

입력 2016-03-04 18:19  

현장에서

미국, 블랙리스트 56곳 통보
모니터링 제대로 못하면 건당 2만5000달러 벌금

제재대상과 이름 비슷하면 거래 중단하고 일일이 확인
하루평균 150건 의심 거래…한국계 은행에 '경고등'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 뉴욕=이심기 기자 ] 북한의 자금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전쟁이 시작됐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국계 은행 지점에서 컴플라이언스(내부 통제)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출근하자마자 은행 전산망과 연동된 거래감시 소프트웨어인 ‘세이프 와치’에 접속했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에서 보낸 대북 제재 대상 기관 및 명단을 프로그램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전날 UN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제재 대상이 거래시스템에서 제대로 걸러지는지 재차 확인했다. 이날 한국계는 물론 전 세계 은행의 뉴욕지점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예외없이 전날 재무부가 발표한 12명의 북한 고위급 인사와 북핵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 관련 단체 등 ‘블랙리스트’를 거래금지 대상에 올렸다.

한 시중은행 뉴욕지점장은 “요즘?영업보다 제재 대상을 거래시스템에서 제대로 걸러내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데 더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거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해 뉴욕연방은행과 통화감독청(OCC)의 감사를 받으면 평균 건당 2만5000달러의 벌금은 물론 송금 업무 중단이나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는다. 돈을 보낸 은행에서 블랙리스트를 거르지 못했더라도 수신은행에서 발견해 미국 재무부에 신고할 수 있다.


금융감독 당국자는 “해당 지점의 영업이 중단되는 것도 문제지만 은행 자체의 공신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라도 생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OFAC에 등록된 북한 관련 제재 대상은 56곳. 이 중 개인은 16명이다. 북한 국방위원회 2인자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최고위층이 모두 망라됐다. 핵과 미사일 개발 핵심 인력도 대거 포함됐다.

제재 대상자 필터링도 더욱 촘촘하게 하고 있다. 한국계 은행들은 제재 대상자와 영문 알파벳이 70%만 겹쳐도 거래를 중단하고 일일이 신원을 확인한다. 제재 대상이 단체일 때는 유사어나 연관어까지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오피스39, 뷰로 #39, 디비전 No.39는 모두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을 뜻한다.

은행들은 39호실의 연관어로 ‘3층(third floor)’이라는 단어까지 등록해 거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39호실이 평양 창광거리 노동당 중앙위원회 3층에 있기 때문이다. 외교소식통은 “UN 외교가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을 집무실이 있는 ‘38층’이라는 은어로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은행에서 ‘3층’이라는 이름으로 송금 요청이 들어오면 거래는 자동 정지되고 컴플라이언스 담당자 컴퓨터에 빨간색 경보가 뜬다는 설명이다. 의심거래로 판명되면 곧바로 계좌를 동결하고 OFAC에 신고해야 한다. 특히 제재 대상이 개인이면 세 글자 이름 가운데 두 글자가 같거나 발음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한국계 은행의 거래감시 프로그램에는 직접 거래자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는 경보가 하루 평균 150건 이상 올라오고 있다.

현지 금융전문가는 “위반사항이 적발되는 순간 미국 내 금융시스템 접근이 차단되는 ‘사형선고’를 받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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