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제재법' 앞두고 압박…유 부총리 "환율조작 안했다"
대미 무역흑자 크게 늘어…정부 "가능성 높지 않다"
[ 김주완 기자 ] 미국 정부가 최근 우리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해 ‘우려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환율조작국에 무역보복을 할 수 있는 법안 시행을 앞두고 있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6일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 면담에서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한국 정부의 환율 정책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루 장관은 유 부총리에게 환율조작국을 제재하는 미국의 ‘베넷-해치-카퍼(BHC) 수정법안’ 내용도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분야의 ‘슈퍼 301조’로 불리는 BHC법안은 지난달 미 의회를 통과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 남겨 놓고 있다. 이 법안은 그동안 미국 정부가 환율조작 의심국에 구두 경고나 보고서 발표, 국제사회 여론 조성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압력을 행사하던 것과는 달리 미 떪聘쳄?참여 제한 등 직접적인 제재 수단을 담고 있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미 재무장관이 BHC법안을 설명한 것은 환율정책을 더욱 신중히 하라는 의미”라며 “유 부총리는 한국이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이컵 루 장관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과도한 무역흑자를 내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서 한 방향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나라가 BHC 법안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항상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지난달 19일 원화가치가 급락했을 때 적극적인 구두개입에 나섰다. 원화값이 떨어져 수출에 도움이 되는데도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한국이 환율을 한 방향으로만 몰고 있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또 미국 재무부가 작년 10월에 작성한 환율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환율 조작에 대한 의구심은 이전보다 덜하다는 게 기재부의 분석이다. 미국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어느 정도 균형 잡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BHC 법안이 발효되면 한국이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GDP 대비 1.8%로 2010년(0.9%)보다 두 배로 늘어 다른 나라보다 증가폭이 컸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환율 조작은 중국과 일본 등이 노골적으로 하고 있지만 미국이 이들 나라를 제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 규모와 국제 정치적 영향력 등이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과 대만 등이 환율조작국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조작국으로 지목되면 연간 4000억달러(약 483조원) 규모의 미국 조달시장 진입이 막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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