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금리인하냐, 동결이냐…고민 커진 이주열

입력 2016-03-06 19:18  

10일 금통위 '선택' 주목

"경기진작 효과 없고 자본만 유출" 동결에 무게
"내수·수출 동반부진, 환율 안정" 인하론 여전



[ 황정수 기자 ] 오는 1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에서 동결로 무게추가 옮겨 가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대다수 금통위원들이 금리 인하 효과에 의문을 표한 것이 확인됐고 외국인 자본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서다.

하지만 연초 이후 수출 소비 등 경제지표가 부진하고 급등하던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인하 주장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결·인하 요인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이주열 한은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들의 고민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저금리 부작용 커”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연 1.5%로 동결된 이후 시장에선 ‘3월 인하론’에 힘이 실렸다. 하성근 금통위원의 소수의견(0.25%포인트 인하 주장)은 한은이 3월이나 4월 중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신호로 읽혔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2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된 지난 2일부터다. 하 금통위원을 제외한 다른 금통위원들은 외국인 자본 유출, 가계부채 급증, 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 저(低)금리 부작용을 지적하며 현재와 같은 경기 상황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선태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외환·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유가로 인한 물가 하락 압력이 최근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동결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하며 두 달 만에 0%대 물가상승률에서 벗어났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할 만큼 국내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석태 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대 성장률을 기록한 한국이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지금은 정책 여력을 남겨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지표 여전히 부진”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측에선 부진한 국내 경제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1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8% 급감한 데 이어 2월 수출도 12.2% 감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동향에서 내수를 지탱하는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는 각각 1.4%, 6.0% 줄었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2월 경제지표 부진으로 1분기 성장률이 한은이 전망한 성장경로에 못 미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당 12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가면서 환율에 대한 부담이 사그라들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고 중국도 지급준비율을 내렸기 때문에 한은도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통화정책 총동원해야”

이달은 아니더라도 상반기 내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총재가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는 소신을 당장 굽히지는 않겠지만 경제지표가 계속 부진하면 전방위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인 정부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4월 말 교체될 네 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세 명이 정부와 경제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5월 금통위부터 합류하게 될 것이란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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