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자동차 배터리' 아트라스BX, 자진 상장폐지

입력 2016-03-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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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저평가…거래량 부진…기관투자가 배당 확대 요구

주당 5만원에 공개매수…경영권 변화 없는 상폐는 이례적
"상장 규제로 빠른 의사결정 못해"
vs
"4000억 쌓아 놓고 주가 부양 안해…기업가치에 비해 매수가격 헐값"
2대 주주 KB자산운용 반발



[ 서기열 기자 ]
한국타이어그룹의 자동차 배터리업체 아트라스BX가 주식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거래량 부진과 주가 저평가, 기관투자가들의 배당확대 요구 등이 맞물려 자진 상장폐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설명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아트라스BX는 7일 일반 주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보통주 630만1315주(지분율 68.87%)에 대해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주당 5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가는 5만원으로 지난 4일 종가(4만700원)에 비해 22.85% 할증된 금액이다. 대상 주식 전부를 공개매수하면 총 3151억원 규모로, 아트라스BX는 보유 중인 현금으로 매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3919억원이다. 아트라스BX는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주주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보유 지분(31.13%)을 포함해 발행주식 기준 지분율 95% 이상을 확보한 뒤 한국거래소에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보유 현금을 동원해 주식 공개매수 후 자진 상장폐지를 진행하는 것은 1년에 한두 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고 말했다.

상장폐지의 일차적 이유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다. 아트라스BX 관계자는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신속하고 탄력적인 의사결정을 하려면 상장에 따른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업가치에 못미치는 시가총액도 상장폐지를 결정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6개월 동안 이 회사의 월평균 주가는 최저 3만7424원에서 최고 3만9000원에 머무르며 변화가 거의 없었다. 시가총액은 지난 4일 종가 기준 3724억원으로 회사의 자본총계 4289억원(지난해 3분기 말 기준)보다 적었다.

이 와중에 거세진 기관투자가들의 배당 확대 요구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트라스BX는 내부적으로 40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쌓아놓고도 자사주 매입 등과 같은 주가 부양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수익을 실현하려는 기관투자가들로서는 배당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요 주주는 KB자산운용(9.68%), 페트라자산운용(6.29%) 등이다.

아트라스BX의 공개매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아트라스BX는 연간 순이익 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우량 기업”이라며 “공개매수가 5만원은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6~7배 수준으로 기업가치에 비해 낮다”고 말했다. 주요주주 가운데 한 곳이라도 공개매수에 반대하면 지분 95%를 확보하지 못해 공개매수는 무산된다.

아트라스BX는 1944년 이산주식회사란 이름으로 설립된 이후 1977년 한국타이어에 인수됐다. 자동차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선박용, 산업용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2014년 매출 4652억원, 순이익 516억원을 올렸으며 지난해 3분기(누적)까지 매출 3964억원, 순이익 398억원을 달성했다. 한편 공개매수를 공시한 이날 이 회사 주가는 4만9600원으로 4일 종가보다 21.87% 치솟았다. 공개매수가 5만원에 근접한 가격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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