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뭐예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요즘 몇이나 될까.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취미가 없다”는 성인이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삶의 여유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참 안타깝다.
취미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어떤 일에 몰입하면 몸과 마음에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된다. 어긋난 일과 삶의 균형추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취미를 즐기는 사람은 가정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활력이 넘친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듯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싹 날려 버리는 취미활동은 창의와 열정을 샘솟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오랫동안 해 온 취미가 있다. 마라톤이다. 사방이 흙길인 마을에서 자라서 어린 시절부터 늘 뛰어다니며 놀았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는 청백달리기 대표를 도맡아 했다.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2년 춘천마라톤대회 때부터다. 그 뒤로 풀코스를 11회 완주했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마라톤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심폐 기능 향상 등 육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유익하다. 뛰는 동안 자기와의 대화를 시작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내 안의 답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고민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마라톤은 삶의 가치관을 잘 반영한 운동이기도 하다. 우선 꾸준한 준비의 중요성을 알게 한다. 벼락치기 훈련으로는 절대 완주할 수 없다. 사전에 원칙을 정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 필자 역시 최고경영자(CEO)가 된 이후에도 평균적으로 1주일에 3~4회, 매회 4㎞, 40분 넘게 달리고 있다.
아울러 일관성의 위대한 힘을 깨닫게 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계속 내딛으면 결국 결승선에 이른다. 그 자리에서 자신이 달려 온 먼 길을 돌아다보면, 절벽 같던 상황이 절경으로 변했다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중국의 근세 계몽사상가 양계초는 “사람은 취미 속에서 생활해야 가치 있는 인생이 된다”며 “취미가 없다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취미활동을 통해 행복을 누리는 현대인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용병 < 신한은행장 0318cyb@shinh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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