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중진 물갈이 폭'…이한구 "시대적 과제 맞게 선택해야"
3선이상 대거 탈락설 나돌아
야당 강경파 의원에 '킬러 투입'
"데모하던 기분으로 의원 생활…더민주 의원들 정리해야"
[ 조수영 / 박종필 기자 ]
이 위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의 발목이나 잡고 민생 문제를 외면하고, 하는 것 없이 옛날 아스팔트에서 데모하던 기분으로만 국회의원 생활을 한 사람은 20대 국회에 절대 들어가면 안 될 사람”이라며 “더불어민주당에서 스스로 정리가 안 된다고 하면 우리라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밝힌 바 있는 특정 야당 의원 낙선을 위한 ‘킬러 공천’을 보다 구체화한 발언이다. ‘킬러’의 자격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후보자로 신청하면 우리는 특별히 대우해줄 것”이라며 “그게 우선추천이고 단수추천”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여당이 추진한 주요 법안에 제동을 걸어온 야권의 강경파 의원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더민주 의원(서울 마포을·재선)을 비롯해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월권 논란을 일으킨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3선),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 앞장선 의원들이 거론된다. 이 위원장은 전날 공천 면접을 치른 유성지역 예비후보들에게 “거긴 킬러 투입을 따로 안해도 될 것 같은가”라고 묻기도 했다.
중진에 대한 물갈이 폭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 위원장은 “세계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과학기술 경쟁 시대에 걸맞고 문화 창달을 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참 좋겠다”며 “그런 분들을 많이 진출시키려면 그렇지 않은 분 중에서는 조금 탈락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진의원도 일할 사람이 많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면서도 “시대적 과제가 있으니 선택해야 할 때가 생긴다. 탈락하는 분들도 큰 잘못이나 죄가 있어서라고 생각할 게 아니다”고 했다.
중진 물갈이의 주 대상은 영남지역이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은 3선인 조경태·김정훈 의원이 단수추천을 받아 공천을 확정한 가운데 김무성 대표와 강길부 의원, 친박계인 유기준·안홍준·정갑윤 의원 등 3선 이상 의원들이 즐비하다. 당 안팎에서 이들 모두가 4, 5선이 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이날 이 위원장의 발언이 보태지면서 중진 물갈이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중진의원을 겨냥하 ?발언이 이어지자 당내 반발도 커지고 있다. 실명이 거론되는 강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천관리위원회가 자신을 제외한 채 여론조사를 벌였다고 반발했다. 비박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중진 물갈이의 명분으로 ‘시대에 따른 인재상’을 언급한 이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딱 공자님 말씀”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단수추천과 현역 컷오프를 둘러싸고 충돌했던 이 위원장과 김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 방식을 두고 다시 한 번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비례대표 선발 방식에 대해 “원하던 방식으로는 못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개 오디션 방식의 상향식 비례대표 선발을 공언한 바 있다.
조수영/박종필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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