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내가 나가면 트럼프만 좋은 일 시켜"

입력 2016-03-08 19:00  

"대선 불출마" 공식 선언

공화당내 '반트럼프' 진영 낙선운동 움직임 본격화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74·사진)이 7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올초부터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 경선주자들의 토론 수준이 한심하다”며 무소속 대선 출마를 검토해왔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블룸버그통신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리스크를 지지 않기로 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여러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내가 출마해도 선거인단의 과반을 획득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적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의회가 대통령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에 공화당 유력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같은 극단주의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선 본선이 자신을 포함해 3자 구도로 진행되면 어느 누구도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270명)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 대통령을 결정, 트럼프와 크루즈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에선 선거인단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미 하원이 전체 3분의 2 이상 출석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투표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이런 식으로 1801년 제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과 1825년 제6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을 뽑았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트럼프와 크루즈는 모두 분열과 증오를 부추기는 인물”이라며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내가 미국을 위해 이번 대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미국 언론은 공화당 내에서도 오는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을 앞두고 ‘반(反)트럼프’ 진영의 트럼프 낙선운동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을 지원하는 외곽 정치지원단체(슈퍼팩) ‘성장행동클럽’은 이날 일리노이주에서 200만달러(약 24억1000만원) 규모의 트럼프 반대 광고를 시작했다. 일리노이주는 대의원 69명이 걸린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지역 중 하나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지난 6일 CNN에서 “트럼프는 어떤 면에서도 공화당원이 아니다”며 “트럼프가 아니라 다른 주자들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트럼프의 탈세 의혹을 제기하고, 인종차별주의 단체와의 관계를 비판하는 등 공화당 내에서 반트럼프 기류를 주도하고 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현지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 양국 관계가 경색 국면에 빠질 수 있다”며 “미국 국민이 신중하게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트럼프의 귀에 거슬리는 언사를 보면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떠오른다”고도 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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