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윤상현 사과' 거부…공천갈등 폭발한 새누리

입력 2016-03-09 18:51  

'윤상현 막말 녹취록' 후폭풍

김 대표측 "윤 의원 정계 은퇴하라"
최경환 "파문 확대땐 당 우스워져"
친박은 "개인 실수"…진화 나서

추가 공개된 '낙천' 녹취록에
친박계 의원 등 실세 2명 등장



[ 조수영/박종필 기자 ]
4·13 총선 공천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향해 욕설과 함께 “솎아내야 한다”고 발언한 녹취가 공개되면서 소강상태던 당내 계파갈등이 재점화됐다. 공천 살생부, 사전 여론조사 유출 등이 겨우 봉합된 상태에서 친박 실세 의원의 막말 파문이 불거지면서 계파 간 생사를 건 전면전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윤 의원은 9일 오전 자신의 막말 파문을 해명하기 위해 국회 대표최고회의실로 김 대표를 찾아갔다. 하지만 30여분 뒤 김 대표가 다른 문으로 나오면서 면담은 불발됐다. 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일단 (김무성) 대표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사과드린다”고 했다. 전화통화 상대에 대해서는 “술을 많이 마셔서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청와대, 공천관리위원 여부에 대해서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통화 상대로 거론되고 있다.

윤 의원의 발언을 공개했던 방송사는 이날 녹취 내용을 추가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윤 의원은 통화 과정에서 “A형, B형과 함께 (김 대표의 낙천을)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A형·B형으로 지칭한 인물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친박계 핵심으로 A씨는 친박계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운 박근혜 정부의 실세 현역의원, B씨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당사자인 김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와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비박(비박근혜)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친박계가 비박계 특정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엔 한 친박계 핵심인사가 유승민·이종훈 의원 등을 직접 거론하며 “반드시 죽이겠다”고 한 발언이 알려지기도 했다. 친박계 핵심인사가 개입한 공천 살생부가 확인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윤 의원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공천을 통하거나, 권력을 통하거나 김 대표를 죽여버릴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 것”이라며 “또 (윤 의원이) ‘다 죽여’라고 하는 ‘다’에 언론에서는 괄호 하고 비박계라고 써놓는다”고 말했다. 공관위원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이보다 더 작은 막말도 심사하고 있다. 윤 의원이 정계를 스스로 은퇴하든지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박계는 윤 의원의 개인적인 실수로 선 긋고 진화하기 위해 애썼다. 이날 친박계 ‘큰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 대표가 상처입은 것 같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인재 영입과 전략 공천을 둘러싸고 김 대표와 공개적으로 날을 세운 바 있다. 서 최고위원은 이어 “중요한 시기에 그런 발언은 잘못된 것”이라며 “당사자인 윤 의원이 김 대표를 직접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 역시 김 대표 측근을 통해 “이 파문을 확대하면 당의 모습이 우스워진다”며 “조용히 넘어가자”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영/박종필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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