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글 배우고, 수다 떨고…결혼이주 여성 '사랑방' 이죠

입력 2016-03-10 17:50  

스토리가 있는 도서관

안양시립 석수도서관



[ 박상익 기자 ] 경기 안양시립 석수도서관에서는 1주일에 두 번 작은 음식 잔치가 벌어진다. 매주 화·목요일에 열리는 한글배움터 강좌에 참여하는 결혼이주 여성 10여명이 돌아가며 각 나라 전통음식을 싸오기 때문이다.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일본 중국 네팔 등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이들은 도서관에 모여 함께 한글 수업을 듣고, 음식을 먹으며 이주 여성으로서의 외로움을 나눈다.

2004년 개관한 안양시 대표도서관인 석수도서관은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소외계층의 정보 접근성 향상, 노년 자원봉사 활성화 등 각종 독서진흥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도서관 한글배움터는 안양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협력해 운영하는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이다. 전래동화 읽기, 엄마 나라 언어 배우기 등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내달 시행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급수 획득을 위한 특강도 열고 있다.

2012년부터 강좌를 맡은 강사 문경실 씨(52)는 “나이가 어린 결혼이주 여성들은 고향에 대한 외로움과 결혼 관계, 육아 등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겪고 있다”며 “강의 시간에 스볜?많은 이야기를 꺼내도록 해 서로 위로할 수 있게 돕는다”고 설명했다.

석수도서관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개관 때부터 ‘실버 자료실’을 별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족보, 큰글자 책, 의료·취미·건강 관련 서적이 구비돼 있다. 경기도가 시행하는 ‘경기은빛독서나눔이’ 사업의 일환으로 봉사동아리 ‘은나래’도 활동하고 있다. 50~70대 회원 25명이 매주 화요일마다 관내 지역아동센터와 어린이집, 초등학교를 찾아 책을 읽어준다. 도서관 관계자는 “고령층의 사회 참여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 효과도 높다”고 설명한다.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에 도서관을 찾으면 동화구연과 함께 노래, 율동을 가르치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석수도서관은 안양시청 고위 공무원이 참여하는 ‘책 읽어주기 사업’도 주관하고 있다. 이필운 안양시장을 비롯해 부시장, 국장급 공무원, 시의원들이 지난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45곳을 찾아 150여 차례에 걸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줬다. 도서관을 찾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구축한 전자도서관에는 전자책 7만4510권, 오디오북 816점, 평생교육강좌 등 웹콘텐츠 3573건이 올라와 있으며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도 열람할 수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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