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맥그리거 지음 / 김희주 옮김 / 옥당 / 584쪽 / 2만8000원
[ 김보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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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은 2차 세계대전 때 훼손됐다. 독일은 이를 보수하면서 파괴된 세부 양식을 복구하는 대신 빈 돌 하단에 ‘승리에 헌정되고 전쟁으로 파괴돼 평화를 역설하는’이란 문구를 새겨 넣었다. 런던과 파리의 개선문이 승리의 순간만을 떠올리게 해 준다면 뮌헨의 개선문은 한 차례 파괴된 사실을 함께 알려준다. 독일의 일부가 언제든 적이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사실도 담았다. 뮌헨 개선문은 바이에른의 군대에 헌정됐는데, 바이에른은 나폴레옹 전쟁 당시 프랑스와 연합해 독일의 다른 국가들을 공격했다.
양면성을 지닌 이 건축물은 일관성 있는 국가 신화를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내리 실패한 독일의 역사와 닮았다. 그간 독일 학자들은 1차 세계대전 패배, 바이마르 공화국 붕괴, 나 ?정권의 범죄 등 훼손된 기억과 18~19세기 독일이 거둔 빛나는 학문적·문화적 성과 등을 한 바구니에 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누구도 단일한 국가 서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애초에 독일은 정치 분권화 기간이 길었다. 신성로마제국은 소속감의 토대를 마련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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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처럼 묘사한 것이 독특하다. 독일인 대부분이 공유하는 사람과 물건, 건물과 장소에서 공통된 기억을 길어올린다. 독일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조각가 틸만 리멘슈나이더(1460~1531)의 작품을 통해선 종교개혁의 불씨를 보고, 판화가 겸 조각가 케테 콜비츠에게선 프로이센의 역사를 본다. 발할라 기념관에는 굴욕적인 나폴레옹 치하에서 ‘독일다움’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바이에른 왕국 루트비히 1세의 고민이 담겼다.
원제는 ‘독일, 국가의 기억(Germany, memories of a nation)’이다. ‘독일사 산책’이란 한가로운 느낌의 의역된 제목과 긴장감이 떨어지는 커버 디자인, 제목 서체 탓에 가벼운 역사 대중서로 보이기 쉽지만 역사의 정의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 세 ?카테고리 분류가 돋보인다. 불가피하게 합일성을 찾을 수 없었던 독일의 역사를 더듬어가다 보면 독일 역사학자 미하엘 슈튀르머의 말을 되새기게 된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역사의 목적은 그런 일이 절대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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