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컴퓨터가 다시 인간과 대등하게 바둑을 겨루는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가 열렸지만 낡은 산업, 낡은 시대의 규제와 관행은 여전하다. 곳곳에서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한동안 붐을 이루던 교수들의 바이오 벤처 창업이 최근 씨가 마르다시피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3월10일자 한경 보도(A1, 8면)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 해 200개씩 생기던 바이오 벤처의 절반가량에 교수들이 뛰어들었지만 2013년 2건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이 분야 교수 창업이 아예 한 건도 없었다,
창업을 ‘돈벌이 수단’ 정도로 폄훼하는 대학들이 지원은커녕 각종 규제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교수가 창업하면 최대 6년 휴직을 보장한다. 하지만 각 대학은 훨씬 까다로운 내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휴직이나 기업활동 시간을 제한하거나 창업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연봉을 삭감하는 식이다. 교수의 창업이 “개인적인 돈벌이에 불과하며 연구에 지장을 준다”는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상업을 천시하고 부자를 질투하는 사회 분위기 역시 한몫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아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그룹에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며 3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패소한 사건만 해도 그렇다. 공정위가 SK 계열사들이 SK C&C와 IT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하면서 부당하게 계열사를 지원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2012년 경제민주화 바람이 한창 불어닥칠 때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거래가 공정거래법이 정한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잇따라 판단했다. 비록 승소했지만 SK는 막대한 유무형의 손실을 봤다.
두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런 구시대적 규제와 관행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혁신은 더 어려워지고 창조경제도 설 땅이 없어진다. 세상이 변하는 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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