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백승엽 교수 "대학서 제2의 인생…파워포인트부터 새로 배웠죠"

31년 경찰생활 마감하고 강단에 선 경찰대 1기생


[ 윤희은 기자 ] “31년간의 경찰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됩니다.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강단에 설 생각입니다.”

11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 교수실에서 만난 백승엽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사진)는 제복을 벗고 대학교수로서의 인생을 시작하는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백 교수는 지난해 12월28일까지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 일했다.

그는 “경남지방경찰청장에서 물러난 뒤 2개월 남은 계급정년 기간을 두고 ‘제2의 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퇴임한 다른 경찰대 동기들처럼 기업이나 공단에 들어갈 생각도 했지만, 공직에서 일한 만큼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다”고 말했다.

가천대 교수직을 제안받은 것은 그 무렵이었다. 많은 준비를 거쳐 대학 이사장을 비롯한 20여명의 대학 관계자 앞에서 면접시험도 봤다. “30년 넘는 경찰생활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하겠다”는 백 교수의 포부에 대학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공식적으로 경찰공무원에서 퇴직하고 다음날인 지난 1일 가천대 정교수로 임용됐다. 경찰 출신이 대학의 석좌교수나 명예교수를 맡는 일은 종종 있지만 정교수로 일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고위급 경찰간부로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일을 주로 하다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원활한 강의를 위해 파워포인트를 배웠고, 젊은 학생들이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지난 3일 첫 강의를 시작한 백 교수는 학생들에게 “경찰안보학과에 들어왔다고 꼭 경찰이 돼야 할 필요는 없다”며 “학기마다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그것에 맞춰 미래를 구상하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제시해주고 싶다는 게 백 교수 생각이다.

백 교수는 앞으로 11년6개월간 이 학교 교수로 재직할 수 있다. 그는 “이미 경찰로서 할 수 있는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후학을 양성해 나가는 데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1981년 개교한 경찰대 1기 출신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장과 충남지방경찰청 차장, 대통령실 치안비서관을 지냈다. 2013년 치안감으로 승진한 뒤 충남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 보안국장, 경남지방경찰청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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