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집 온 미성년 외국 여성
2010~2014년 5년간 498명
부부 나이 차이 평균 19.7세
18세 미만 국제결혼 알선은 불법
현지서 암암리에 알선 이뤄져
금지된 혼인신고도 무사통과
[ 박상용 기자 ]
2013년 만 61세의 한국인 남성이 혼인신고를 했다. 신부 나이는 만 16세. 베트남 출신이었다.
각종 규제에도 미성년 외국 여성을 아내로 맞는 한국 남성이 줄지 않고 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으로 시집온 만 18세 미만 외국인 여성은 498명이었다. 만 17세가 472명(94.8%)으로 가장 많았고 만 16세 21명, 만 15세 5명 등이었다. 국적은 베트남 출신이 380명(76.3%)이었으며 우즈베키스탄 45명, 필리핀과 중국 각각 17명, 캄보디아 10명 등이었다.
국제 결혼중개업체 등을 통한 외국 여성과의 결혼이 2000년대 초반부터 활성화된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 시집올 당시 미성년인 외국 여성은 최소 1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2008년부터 만 18세 미만의 혼인신고가 법적으로 금지됐는데 한국 성인 남성과 미성년 외 ?여성과의 결혼은 이어지고 있다.
결혼중개업체 등의 잘못으로 미성년인지 모르고 결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동성애자 등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 시집오는 외국의 미성년 여성들
통계청이 집계한 전체 미성년 여성 혼인신고에서도 외국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2010년부터 5년간 결혼한 한국인 미성년 여성은 923명이다. 혼인신고한 미성년 여성 중 35%가 외국인이다. 같은 기간 전체 혼인신고 여성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6.4%)의 다섯 배가 넘는다.
미성년 여성이 결혼한 상대 남성의 평균 연령도 한국인의 경우에는 만 21.3세였지만 외국인은 만 36.6세였다. 똑같이 미성년의 나이에 결혼하더라도 한국 여성은 또래끼리 만나 임신 등으로 계획보다 일찍 결혼하는 사례가 많은 반면 외국인은 소개 등을 통해 나이 많은 성인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많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성년 외국 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남편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만 19세 이상 성인이었다. 남편과 부인의 나이 차이는 평균 19.7세였다.
국제 결혼 브로커들은 나이 어린 여성을 선호하는 남성들의 심리를 이용해 미성년 여성과의 결혼 알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에만 111명의 국제 결혼중개업체 관계자들이 미성년 외국 여성을 한국 남성에게 소개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미성년자 등 베트남 현지에서 모집한 여성을 남성에게 연결해주는 ‘간택 맞선’을 주선했다.
2010년부터 미성년 여성을 소개하다 적발되면 영업 정지 3년 등 제재를 받지만 이 같은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한 뮐?결혼중개업체 관계자는 “한국에 온 외국인이 대가를 받고 직접 지인을 소개하거나 해외 현지 업체가 암암리에 중개에 나서는 등 수법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론 만 18세 미만 혼인신고 금지
이 같은 미성년 외국 여성들이 결혼을 하는 순간 사회적 감독의 경계를 벗어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주 여성 지원단체 관계자는 “한국적 문화에서 결혼한 부부 사이의 문제를 사회단체 등이 나서 들여다보기는 힘들다”며 “이상 성욕을 가진 일부 남성이 일부러 외국 미성년 여성을 신부로 맞아들인 사례도 있을 거라는 심증은 있지만 밝혀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어에 미숙한 외국인 여성들이 학대를 당하더라도 지원기관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법적으로 금지된 만 18세 미만의 혼인신고가 현장에서는 전혀 문제 없이 이뤄진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만 18세 미만이더라도 부모 동의가 있으면 혼인신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도 “만 18세 미만의 혼인신고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실무적으로 만 18세 미만의 혼인신고를 받아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혼인신고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두년 중원대 법무법학과 교수는 “만 18세 미만이 혼인신고를 하더라도 담당 공무원이 실질적으로 반려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혼인신고를 할 때 당사자 두 명이 모두 참석하도록 하고 담당 공무원에게 실질적 감시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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