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재해석 (18)] 35세에 PGA 진출한 최경주가 비제이 싱과 한 동네 산 이유는?

입력 2016-03-13 18:55   수정 2017-05-25 15:39

보기 플레이어의 삶


주니어 선수들과 부모가 모인 곳에서 강의할 때였다. 아이들에게 어떤 선수처럼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여전히 ‘박세리 선수처럼’이 많았다. 로레나 오초아를 얘기하는 아이도 있었다. 오초아가 한 시대를 풍미하던 시절이었다. “그 선수처럼 되고 싶으면 스윙을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우선 그의 삶을 따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하는지,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여유시간은 뭘 하며 보내는지, 무엇을 잘 먹는지, 라운드는 어떻게 하는지….

오초아가 최절정 고수였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지만 그가 철인 3종 경기를 했고, 시간이 남을 때 암벽등반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잘 모른다. 35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미국프로골프(PGA)에 입성한 최경주가 집을 어디에 구할 것인지를 의논할 때였다. 최경주는 PGA 프로 가운데 가장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다. 비제이 싱이었다. 싱과 같은 동네 주민이 된 최경주는 그보다 30분 먼저 연습장으로 나갔고, 30분 더 연습했다. “미국에 와서 성적을 못 낼 수는 있지만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은 듣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보기 플레이어든 싱글 플레이어든 그 수준에 맞는 스윙과 샷을 하기만 하면 스코어가 저절로 나오는 줄 안다. 그렇지 않다. 보기 플레이어가 되고 싶으면 먼저 보기 플레이어의 삶을 살아야 하고, 싱글이 되고 싶으면 싱글다운(?) 생활을 하는 것이 먼저다.

‘계백장군(계속 100타 언저리를 치는 사람)’은 하루 30분을 골프에 투자하는 사람이고, 보기 플레이어는 적어도 60분을 골프에 쏟는 사람이다. 80대 타수를 치는 사람은 하루에 2시간, 싱글 플레이어는 하루 4시간을 골프에 투자하는 사람이다. 프로는? 삶 자체가 골프인 사람, 골프 이외의 것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실력이란 운동 능력이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시간 배분 및 투자의 문제다. 그다음에 이왕 투자하는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는 고민이 있는 것이다. 그 토대 위에서 스윙의 모양과 샷의 질이라는 요소를 따져야 한다.

계백장군은 한 달에 한 번 라운드를 하고, 보기 플레이어는 한 달에 두 번 이상 라운드하며, 싱글 플레이어는 매주 하는 사람이다. 프로는? 별일 없으면 매일 라운드를 한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라. 절대시간의 투입과 절대량의 실전 경험 없이 자신의 스코어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만약 제시한 몇 가지 기준만큼 또는 그 이상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스윙과 샷을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거나 골프라는 운동에 대해 뭔가 크게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그만한 노력을 하지 않는데도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난다면 오랜 세월 저축해놓은 경험치가 많아서 이자 소득만으로도 실력이 유지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것도 아니라면 운일 뿐이다. 가끔 ‘신내림’처럼 찾아오는 ‘그분’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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