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에도 봄은 오는가

입력 2016-03-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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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석 < 국민은행 WM컨설팅부 수석전문위원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시장을 대표하는 중국은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했다. 이 덕분에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브라질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신흥국과 원자재 업종이 일시적으로 큰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의 과잉 투자는 큰 후유증을 낳았다. 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공급을 한 탓에 최근까지 수년째 경기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너도나도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 열풍까지 더해져 금융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을 기피하면서 유가도 뚝 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베네수엘라, 노르웨이처럼 주로 기름을 팔아 먹고사는 나라들의 재정상태가 나빠졌다. 그러자 이들 국가가 오랫동안 비축해 둔 기금, 즉 국부펀드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식과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국부펀드는 갖고 있던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우고 있다.

상황이 안팎으로 어려워지자 중국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을 틀었다. 이달 들어 올해 경제성장률을 6.5~7% 수준으로 높게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단기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뿐만 아니라 원자재를 주로 수출하는 신흥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단기 경기부양 정책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7% 성장률을 이루려면 소비만으로는 어렵다. 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수밖에 없어 과잉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어 중국이 생산하는 물건을 모두 소화시키기 쉽지 않아서다.

반가운 소식은 오랫동안 강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화가 약세를 띠면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 자산가격은 오른다.

최근 중국의 정책 방향 선회로 국제 유가와 신흥국 주가가 전반적으로 반등하는 추세다. 그동안 춥게만 느껴지던 신흥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봄기운에 너무 취하지는 말아야 한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은 선진시장과는 달리 변덕이 심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는 중국의 정책 후유증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인석 < 국민은행 WM컨설팅부 수석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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