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주고 '워크맨' 사는 미국 청년들

입력 2016-03-14 14:46   수정 2016-03-14 16:21


(뉴욕=이심기 특파원) 맨해튼 쇼핑거리의 5번가에서 20대~30대 초반의 젊은이를 타깃으로 한 패스트패션 브랜드 ‘어반 아웃피터(Urban Outfitters)’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템은 뭘까.

청바지나 패션의류가 아니라 음반이다. 그것도 CD가 아닌 LP다. 클래식에서부터 최신 팝음악에 이르기까지 장당 약 35달러의 LP레코드 수십종이 진열돼에 전시돼 1970년대 음반가게를 연상시킨다. 음반 뿐만 아니라 LP레코드를 틀 수 있는 턴테이블도 대당 160달러에 팔리고 있다.

이 곳에서 3블럭 떨어진 서점체인 반스앤노블 맨해튼 지점에서도 별도의 LP코너를 운영중이다.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팔리는 LP종류만 8만7000종에 달한다.

매장 한 켠에는 과거 1980년대 한국서 ‘워크맨’으로 불리며 청소년들의 필수품이었던 카세트테이프 레코더가 100달러에 버젓히 팔리고 있다. 100여종이 넘는 카세트 테이프도 6달러 가격표를 달고 바로 옆에서 구매해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즉석 카메라인 폴라로이드도 50여종이 전시돼 있다. MP3와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지금은 모두 골동품이 돼버린 제품들이다.

매장 점원은 “고객들의 99%는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라며 “요즘에는 옷보다 LP, 카셋트테이프?주력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미국 음반협회에 따르면 올해 LP판매량은 CD판매량을 추월할 전망이다. 지난해 LP레코드 판매량 920만장으로 전년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전체 음반시장 수익의 7%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깔린 앱으로 자동차를 부르고, 스타벅스에서도 모바일 지갑으로 계산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아날로그 소비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이 정작 자신들이 자랄 때는 이미 시장에서 ‘퇴출’됐던 아날로그 제품에 향수를 느끼는 이유는 뭘까. 인기작가인 스테판 위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낸 기고문에서 “디지털 시대에서 인간은 갖고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사물을 느낄 수는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물리적인 실체에 대한 열망과 함께 아날로그 생활에 대한 강력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게 됐다는 것이다.

반스앤 노블 맨해튼 지점 매니저도 “1달러를 지불하고 음원을 간단히 내려받는 대신 장당 30달러가 넘는 LP판을 산다는 것은 경제으로는 비합리적 행위”라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직접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올려 음악을 듣는 행위를 더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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