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24시간 고객 대응" vs "맞춤자문 역부족" 월가도 논쟁
[ 뉴욕=이심기 / 이호기 기자 ]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투자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영국 최대 국영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가입자를 상대하는 투자자문사를 줄이는 대신 로봇이 이를 대신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도 찰스슈워브와 피델리티, 뱅가드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투자자문사를 줄이고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 등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무료 또는 최소 수수료만 받고 제공하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는 인터넷 금융사업부문을 확대하면서 AI와 로봇으로 이용자 신용도를 분석해 대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국내 증권회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RBS가 투자자문사 등 550명을 줄이기로 하자 AI발(發) ‘일자리 위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로봇기술과 기계학습 등이 특정 업무를 대체하면 사무직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컴퓨터나 수학, 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교육·레저산업에서도 일자리가 증가할 수 있다. 최두환 포스코ICT 사장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인간의 활동을 돕는 쪽으로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다양한 산업에서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적용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RBS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투자 ‘안내’에 해당하는지 실질적인 ‘자문’에 해당하는지가 모호하다며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과 손실 발생 시 투자자 보호 등 법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찬성론자는 자산매니지먼트 시장이 투자자문사와의 대면접촉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투자 정보를 받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자문료가 자산의 0.25~0.50%로 투자자문사 1~2%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24시간 동안 신속하게 고객과 접촉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반대론자는 고객의 필요에 맞는 금융상품과 부동산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세금 등 고객맞춤형 투자자문을 하기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역부족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리사 크레이머 토론토대 교수는 WSJ에 “투자자문사들이 정보를 잘못 해석해 판단 착오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이호기 기자 sglee@hankyung.com
관련뉴스